朴 대통령 “北 변화시키겠다” 선언 이후… 김정은에 ‘강수’ 마땅찮은 ‘묘수’

입력 2016-02-17 22:01

박근혜(왼쪽 얼굴)대통령의 이른바 ‘북한 정권 변화’ 선언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근본적 기조인 ‘투 트랙’(대화와 압박) 전략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이제부터는 대북 압박이라는 ‘원 트랙’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내세운 압박 수단은 “북한 김정은(오른쪽) 정권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이다. 한·미·일 3국 안보 협력과 중국·러시아와의 연대 강화를 통한 대대적인 대북 제재에 나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대북 접근법은 어쩔 수 없는 외길 선택으로 해석된다. 1993년 1차 핵위기 이후 20년 넘게 지속돼 왔던 ‘대화와 압박’ 전략은 결국 실패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탓이다. 이 기간 수없이 반복됐던 대화와 대북 제재는 결국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장거리 미사일 역시 상시적 위협 요인으로 자리했다.

박 대통령은 공언한 대로 앞으로 북한 정권 변화를 목표로 모든 대북정책 기조를 새로 짜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는 물론 신뢰 구축 차원에서 진행했던 남북 간 교류협력마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얘기다. 이는 필연적으로 남은 2년 임기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작 문제는 ‘북한 정권 변화’가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핵개발은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체제 붕괴 거론이 북한 지도부 교체를 뜻하는 극단적인 ‘레짐 체인지’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고, 정권 전환(또는 정책 전환)을 뜻하는 ‘레짐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은 아니다. 북한 체제 붕괴든, 북한 지도부의 정책 전환이든 이런 시도는 우리 역대 정부도 계속 해왔던 바다. 북한 지도부 교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사회부터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다. 10여년 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소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대북 전략을 견지했으나 이마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 변화’ 어젠다를 천명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만들기 어렵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란식 핵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빠짐없는 제재와 압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자신들을 대미(對美) ‘버퍼 존’(완충지대)으로 삼는 중국이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만을 목표로 삼는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결코 원치 않는다. 따라서 국제정치 현실에 맞는 세부적 액션플랜이 전제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의 ‘북한 정권 변화’ 의지 역시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안보 전문가는 17일 “레짐 체인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북한 정권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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