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노믹스 지고 시코노믹스 떴다… 習, 경제정책 주도권 장악

입력 2016-02-17 21:41

중국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리커창 총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 어느덧 ‘리커노믹스’(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라는 말이 사라지고 대신 ‘시진핑 경제학’을 뜻하는 ‘시코노믹스(Xiconomics)’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올 초 ‘시진핑의 경제사상’을 조명하는 일련의 기사를 내보낸 뒤 시코노믹스라는 말이 하나의 선전구호가 됐다고 17일 보도했다. SCMP는 시코노믹스의 등장에 대해 “시 주석이 리 총리의 경제 통솔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전면에 나섰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말 정리된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6∼2020년) 초안 작성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통하는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과 전화통화하면서 외환정책을 논의했다.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조장은 바로 시 주석이다. 지금까지 3년 넘게 루 장관과 소통해 온 사람은 리 총리 밑에 있는 왕양 국무원 부총리였다. 2013년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캐피털이 처음 이름 붙인 뒤 유행했던 ‘리커노믹스’는 지난해 초 ‘리커노믹스 2.0’으로 잠시 부활하는 듯싶었지만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시코노믹스의 핵심은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과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다. 인민일보는 ‘공급 측면의 구조적 개혁이 신창타이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신창타이)는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고, 공급 측면의 개혁이 올해 이후 중국의 경제·사회 정책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의 개혁은 지난해 말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와 중앙경제공작회의 등을 통해 공식화됐다. 과잉공급 해소와 생산성 향상 등이 목표다. 핵심은 국유기업 개혁이다. 1980년대 영국과 미국의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경우 공공부문에 민간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시코노믹스의 국유기업 개혁은 인수·합병(M&A)을 통한 공룡 기업의 탄생을 유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시 주석은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건설)의 핵심 역할이 국유기업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SCMP는 시코노믹스에 대해 성장률 둔화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 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