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합의에 실패할 경우 이란의 핵시설과 전력공급체계, 통신망 등을 일제히 마비시키는 사이버공격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전명 ‘니트로 제우스’로 불린 이란 사이버공격 계획은 북한의 남한 공격 등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위기대응계획)보다 더 긴박하게 다뤄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로 데이즈(Zero Days)’를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출품된 알렉스 기브니 감독의 영화 ‘제로 데이즈’는 군과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사이버공격 계획의 전모를 다루고 있다. 영화 제로 데이즈에 따르면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2009∼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존 앨런 당시 미 중부사령관에게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를 상정한 군사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미군은 사이버사령부를 중심으로 이란의 핵시설과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마비시키는 내용의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당시는 이란이 원심분리기를 가속화시켜 폭탄급 핵연료를 생산하고,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선언하는 등 중동의 긴장이 고조될 때였다. 미국은 또 다른 중동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이란과 핵협상에 나서는 한편 사이버공격 계획을 세웠다.
니트로 제우스는 컴퓨터 웜을 침투시켜 이란의 방공망과 교통·통신·전력을 두절시키고, 작전지휘통제본부를 파괴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또 이란의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 기지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킬 사이버전략을 준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이란 사이버공격 준비했다… 핵 협상 실패 대비
입력 2016-02-17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