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저유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동발 경제위기가 신흥국으로 번지면서 전체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심각하게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월 현재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초부터 2월 17일까지 수주실적은 86억4970만 달러였지만 올해는 37억6271만 달러로 4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5년에도 총 해외건설 수주액은 461억4435만 달러로 전년보다 30.2%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년 500억∼700억 달러 규모를 유지했던 해외건설 수주액이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해였다. 저유가로 재정여건이 악화된 중동 산유국들이 공사발주를 줄이면서 수주금액이 급감한 결과였다.
올해는 중동의 수주액이 작년보다도 더 악화되는 추세다. 우리 건설사가 2016년 들어 중동에서 수주한 건설사업은 7923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5.8%에 불과하다.
대체시장으로 떠오른 아시아와 중남미도 건설사업 발주를 줄이는 분위기다. 중동은 그동안 오일머니 상당량을 신흥국에 투자했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된 중동이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면서 신흥국 경제까지 흔들리는 실정이다. 이에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의 올해 건설수주액도 작년 대비 각각 53.5%, 16.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건설업계가 가장 크게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020년까지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신규 사업을 발주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 효과’는 아직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며 “이란은 아직 현지사정이 불안해 실제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지도 불확실하고, 발주가 돼도 세계 건설사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오히려 이란이 석유를 풀면서 유가가 더 내려가자 건설업계에 악재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해외건설의 부진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홍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 저널에 실린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작년보다 해외건설시장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건설업계는 성장보다 생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관리역량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건설업계 ‘저유가 늪’에 빠져 신음… 올 해외 수주 43% 수준 ‘곤두박질’
입력 2016-02-1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