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 잡아라”… KT·LG유플러스, 적과 한 배 탔다

입력 2016-02-17 20:44

KT와 LG유플러스가 손잡고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선보인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협력해 핵심 서비스를 출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1위 SK텔레콤을 따라잡기 위해 KT와 LG유플러스가 ‘오월동주’(吳越同舟, 적대 관계에 있지만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것) 하는 셈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내비게이션 전문업체 팅크웨어와 함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17일 밝혔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를 기반으로 KT는 ‘올레 아이나비’, LG유플러스는 ‘U네비’라는 이름을 붙인다.

가장 큰 특징은 KT와 LG유플러스 이용자가 축적한 실시간 교통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양사는 각각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KT는 월간활동사용자(MAU)가 약 300만명, LG유플러스는 150만명 수준이다. 정보량이 많을수록 정확한 교통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두 회사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1위인 SK텔레콤의 ‘T맵’을 따라잡기 위해선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T맵의 MAU는 약 760만명으로 두 회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 게다가 최근 내비게이션 시장은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장과 함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의 김기사에다 네이버까지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들면서 KT와 LG유플러스는 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본적인 경로 서비스는 동일하지만 각사는 차별화된 기능을 추가했다. KT 올레 아이나비는 진·출입 구간을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실사 사진 리얼뷰’를 전국으로 확대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운전자가 눈으로 경로를 비교할 수 있도록 ‘CCTV 경로 비교’ 서비스를 선보인다.

두 회사 모두 “다른 서비스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시도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며 공동 대응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사용자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개방하고 힘을 합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KT와 LG유플러스가 1위 견제를 위해서라도 일부 서비스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두 회사가 계속 밀월 관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4월에는 2.6㎓ 대역을 포함한 주파수 경매가 예정돼 있다. 과거에도 이통 3사는 주파수 경매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비판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