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모도 함께… 장애인 사역 비전도 함께… ‘닮은 꼴’ 父子, 목회의 길 동행

입력 2016-02-17 21:07
16일 경기도 용인 총신대 신대원에서 진행된 제109회 졸업식에서 조증덕(왼쪽) 종현 전도사 부자가 석사모를 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졸업식 후 경기도 남양주시 자택에서 부자가 졸업증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남양주=전호광 인턴기자

생후 8개월 때 높은 데서 떨어져 오른쪽 정강뼈가 골절됐다. 치료하러 찾아간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뼈가 제대로 붙지 않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키 70∼80㎝의 작은 몸으로 일곱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지만 뼈는 붙지 않았다. 되려 성장판에 무리가 와 고통만 커졌다. 오른쪽 다리엔 장애가 남았다.

육체적 고통과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으로 심리적 고단함이 삶을 짓눌렀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향한 믿음을 누르진 못했다. 고3 시절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는 목회자가 되기로 서원했던 소년은 온갖 역경을 딛고 신학대학원 석사모를 썼다.

16일 경기도 용인 총신대 신대원에서 열린 제109회 졸업식에서 당당히 481명의 졸업생 명단에 이름을 올린 조종현(31) 전도사의 이야기다. 졸업식 후 경기도 남양주 자택에서 만난 조 전도사는 “하나님을 향해 간구하고 원망하고 다시 눈물로 기도했던 지난날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간다”며 감격을 전했다. 2004년 칼빈대에 입학하면서 목회자가 되기 위한 길에 들어섰지만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목발에 의지해 캠퍼스를 오갔고 쉽게 피로해지는 몸을 이끌고 밤새워 공부해야 했다. 기도와 정신력으로 체력의 한계를 버텨내는 끝 모를 전쟁이었다.

“캠퍼스 안에 산과 언덕은 왜 그리 많은지, 한 걸음 내딛고 한 숨 내쉬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 겨울비가 얼어붙어 빙판이 된 길을 지나 새벽기도회를 가다가 미끄러져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고요.”

학부 졸업 후 삼수 끝에 2012년 총신대 신대원에 합격했지만 아기 때 다친 부위가 발목을 잡았다.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나온 것. 고민 끝에 오른쪽 다리 절단을 결심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조 전도사는 “수술 후 재활하는 데까지 1년이 걸렸지만 오히려 목회자로서의 다짐이 더 견고해지는 시간이었다”며 든든하게 자신을 지탱해준 의족을 보여줬다.

입학을 1년 유예한 덕에 얻게 된 선물도 있다. 아버지와 함께 신대원 생활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 전도사는 이날 같은 공간에서 아버지 조증덕(64) 전도사와 함께 석사모를 썼다. 아버지와 아들이 33년 세월을 뛰어넘어 신대원 동기로 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2008년 아버지 조 전도사는 28년 동안의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신학 공부에 도전했다.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라면 신학 개론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퇴직 후 학부부터 시작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깊이를 더하고 싶더라고요.”

아버지 조 전도사는 2013년 총신대 신학과 졸업과 동시에 최고령으로 신대원에 입학했다. 최초의 부자(父子) 신대원생 동기가 탄생한 것이다.

“교수님들도 신기해 하셨어요. 기숙사에서도 맞은 편 방을 썼는데 동기들 사이에서는 캠퍼스 명물로 통했죠. 3년 동안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아버지와 함께 통학하는 차 안에서 삶과 신앙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도 많았죠. 아빠랑 같이 학교 다니는 거 상상해 보셨어요?(웃음)”

환갑에 시작한 신대원 생활이었지만 아버지 조 전도사의 열정은 20대 못지않았다. “헬라어·히브리어처럼 암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과목 때문에 고생 좀 했죠. 그래도 새벽별 바라보며 공부한 끝에 성적 우수자에게만 허락되는 기숙사 층장을 최초로 2년 연속 지내는 기록도 세웠어요.(웃음)”

부자는 눈웃음만큼이나 장애인 복지 사역에 대한 비전도 닮아 있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만나보면 표정이 어둡고 삶을 좁은 시야로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빛을 비춰주고 싶어요. 아버지가 개척하시면 제가 부교역자로 가겠다고 떼 좀 써야죠. 아빠 어떠세요?”

“아멘.”

남양주=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