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벌총수 일가 퇴직금이 그렇게 많아야 할 이유 있나

입력 2016-02-17 17:20 수정 2016-02-17 21:21
재벌그룹 총수 일가가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경제개혁연대는 17일 ‘기업 임원의 퇴직급여 현황과 제도개선 방향 모색’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총수 일가 임원의 퇴직금은 전문경영인에 비해 평균 3배나 많다. 기업들이 공시한 2014년 개별 임원 보수 내역 중 근무기간이 확인된 퇴직 임원 99명(지배주주 18명+전문경영인 81명)의 퇴직금 부분을 따로 조사한 결과다. 즉, 전문경영인 퇴직금이 근무기간 1년당 평균 1억2800만원이었던데 반해 지배주주 일가 퇴직금은 그 3배를 넘는 3억8400만원에 달했다.

사실 일부 기업 임원들의 고액 퇴직금은 종종 논란이 돼 왔다. 현대자동차그룹 오너는 현대제철에서 퇴직금 108억원을, 한화그룹 오너는 한화케미칼 등 4개 계열사에서 143억원을 받았다. 같은 회사 전문경영인(대표이사)보다 현대차 오너는 3.47배, 한화 오너는 5.79배 더 많이 받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며 152억원을 받은 회장도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들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다. 총수 일가 임원의 퇴직 소득이 훨씬 높은 것은 전문경영인들에 비해 월급여 액수가 크고, 지급률이 높으며, 근무기간도 길고, 여러 회사에서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위나 급여 수준 등에 따라 퇴직금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총수 일가라고 해서 퇴직금을 받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나친 격차는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합리적 수준을 벗어난 과도한 퇴직금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 해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도 최근 나온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퇴직 후 노후대책 의미가 강한 퇴직금 제도를 지배주주 일가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근원적 질문도 하고 있다. 어쨌든 총수 일가에 대한 고액 퇴직금 문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