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파 이익만 챙기려는 친박·비박 공천갈등 가관이다

입력 2016-02-17 17:22
공천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 간 힘겨루기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친박계인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이 광역시도별로 1∼3개 우선추천지를 선정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잠복해 있던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폭발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17일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며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이한구안’은 안 된다”고 분노했다.

그동안 “단 한 명의 전략공천도 없다”고 단언해온 김 대표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광역시도별 우선추천은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고 추진한 국민공천제에 어긋나서다. 이 위원장이 제기한 우선추천이 당헌·당규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 곳에나 적용되는 게 아니다. 우선·단수추천은 여론조사 등에서 타 예비후보보다 지지율이 월등하게 높거나 호남 같은 열세지역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친박계는 일제히 이 위원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특별한 경우에 인정되는 우선·단수 추천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려는 친박의 속내가 훤히 보인다. 인재 영입은 구실일 뿐 친박·진박인사를 사실상 전략공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이럴 거면 전략공천제를 폐지한 의미가 없다. 이 위원장 주장대로 소수자 배려를 위한 것이라면 비박계가 의원총회 소집 등을 요구하며 반발할 까닭이 없다. 물론 선거 승리를 위해 인재 영입은 중요하다.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략공천도 필요하다. 최대 라이벌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략공천을 포기하지 않는데 새누리당만 포기할 경우 선거에 불리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선거에 나설 후보 공천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당내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쑥 제기한 이 위원장의 행동은 무책임하다. 이 위원장과 함께 공천 과정을 관리할 황진하 공관위 부위원장이 “합의도 안 된 내용을 발표하면 안 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우선·단수추천 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 공식 논의 절차를 밟아 결정하면 될 일이다. 절차를 무시한 채 이 위원장이 공관위 권한으로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월권 시비가 이는 것이다.

공천은 공정해야 한다. 과거 공천 때마다 불복사태가 이어지고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도 과정의 불공정성과 비민주성에 기인한다. 후보의 객관적 기준보다 계파 이익을 우선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낙하산 공천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특정 지역에서 심했다. 새누리당이 전략공천제를 없애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우선·단수추천을 허용한 이유도 이런 후진적 정치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일 거다. 공천이 계파 이익에 좌우되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역효과만 부른 대구의 진박 마케팅이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