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아(Bonsoir·안녕), 파리!”
록그룹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멤버들이 크게 인사하며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함성소리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룹의 리더 제시 휴스는 “오늘 밤 우리는 즐기고 있다. 나는 지금 파리의 시민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휴스는 공연 전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가 평생 우리를 따라다니지 않고 잊을 수 있도록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즐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 파리의 올랭피아 극장에서는 3개월 전 총성에 중단됐던 공연이 다시 시작됐다. 이날 공연에는 지난해 11월 바타클랑 극장 공연 당시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벌인 총격 테러에서 살아남은 수백명의 관객들이 자리를 지켜 의미를 더했다. 관객들은 두려움과 상실의 아픔, 고통과 마주쳤지만 무대 앞에서 춤을 추면서 공연을 즐겼다. 여전히 총상에서 회복 중인 부상자들은 휠체어를 타고 공연장에 나오기도 했다.
공연장에 온 생존자 대부분은 당시의 기억과 싸워 이기기 위해 자리했다. 바타클랑 극장에서 아내와 함께 탈출한 뮤지션 니콜라스 스탄지크(37)는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콘서트이고 상징적인 순간”이라며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시민 나호미 카레라(19·여)는 “그런 기억을 갖고 있음에도 이곳을 다시 찾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날의 공연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왔다”면서 “공연이 끝난 것을 보니 이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삶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테러 당시 부상을 입고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한 관객은 “우리의 축제를 망친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는 두려움 없이 삶을 이어나갈 것이고 싸울 것’이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을 돕던 정신치료사들은 공연장에 갈 경우 극심한 공포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말리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일부 상담사들은 현장에 동행했다. 바타클랑 극장 테러에서 생존한 한 호주인은 실제로 “테러리스트들이 총격을 시작할 때 나오던 노래가 공연되자 갑자기 그날이 생생히 떠오르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올랭피아 극장 주변에 주차를 금지하고 무장 병력을 배치했다. IS는 지난해 이 그룹이 한창 공연 중이던 바타클랑 극장을 습격해 관객 9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누구도 우리의 축제 막지 못할 것”… IS 테러로 중단됐던 파리 바타클랑 극장 록콘서트 재개
입력 2016-02-1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