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류중일(53) 감독은 지난해 첫 시련을 겪었다.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가 좌절됐다. 정규리그에선 우승했지만 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삼성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 2위로 떨어졌다. 올해는 시작부터 뒤숭숭하다. 해외 원정도박 파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임창용과 박석민 등 핵심 선수들은 팀을 떠났다.
그래도 정상 탈환의 의지는 대단했다. 17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에게 올해 키플레이어가 될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바로 내가 키플레이어”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보다 움직임이 더욱 바빴다. 오카마구장에 있는 연습장 세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봤다.
류 감독은 더욱 더 두터워진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다독이고 있었다. 여러 악재를 만난 팀과 선수들을 감싸며 부드러운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먼저 해외원정 도박에 대해 묻자 류 감독은 “벌써 사건이 터진지 4개월이 지났다. 이제 정말 수사결과가 발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을 계속 쓰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안지만은 서서히 몸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몸이 되면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평가전에 한 번 쯤 던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오키나와에서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바로 트레이드설이다. 핵심 투수와 타자 한 명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트레이드에 거론되는 선수는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머리가 아프다. 정말 다른 옷을 입느냐”고도 했다. 이에 류 감독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레이드라는 건 소문이 나는 순간 끝”이라며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상황에서 트레이드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도 지난해보다 더 높다고 했다. 류 감독은 “이전에는 선수들이 야구만 잘하면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요즘엔 오히려 선수들이 코치들한테 ‘왜 훈련을 안 시켜주느냐’고 묻더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도 지난해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 올해 삼성의 캐치프레이즈는 ‘응답하라 2011’이다. 류 감독이 삼성 사령탑을 처음 맡았던 2011년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류 감독은 “2011년에는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면서 “지금 전력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지만 그 때보다 낫다.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는 삼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시즌 삼성 야구에 대해 “베이스러닝을 잘 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류 감독은 “잘 치고 열심히 뛰는 야구를 하겠다”며 “반드시 왕좌를 탈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류중일 감독 왕좌의 게임 “올해는 내가 키맨”… 삼성 전지훈련장 오키나와를 가다
입력 2016-02-1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