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에서 지난달 28일 ‘2015년 한국의 사회 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해 9∼10월 만 19세 이상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인데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기관 중 종교계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 ‘신뢰도가 높다’는 응답은 11.8%에 그쳤습니다. 전년 25.0%에 비하면 대폭 감소한 것입니다. 의료계(21.9%) 시민단체(21.5%) 금융기관(20.5%) 등이 20%를 넘어선 것을 볼 때 더욱 저조한 수치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믿을 만한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5.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타종교와의 비교에서 나타납니다.
종교별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천주교가 39.8%로 신뢰도 1위를 기록했고 불교(32.8%) 개신교(10.2%)가 뒤를 이었습니다.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 역시 천주교 신부가 51.3%로 1위, 불교 승려는 38.7%, 개신교 목사는 17%를 기록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타종교 기관에서 발표한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여론조사 통계를 100% 믿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부천에서 발생한 여중생 사건을 접하고 개신교의 신뢰도가 더욱 떨어질 것 같아 낙심했습니다. 우리가 무슨 변명을 해도 세상 사람들이 들어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존경과 신뢰를 받았던 초대교회 성도들의 자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역사를 돌아보면 기독교에 위기가 찾아오지 않았던 때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위기의식마저 느끼지 못하고 사망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 마음을 찢고 주께로 돌이킨다면 희망은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에만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으로 말미암아 이 시대에 주님의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우리의 희망은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우리로 요동하지 않게 하시려고 주께서 지금도 우리의 우편에 계십니다. 다시 주님 앞으로 나아가서 회개한다면 주께서 우리를 살려 주실 것입니다.
다윗은 오직 주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며 찬양하며 자신의 육체가 희망에 거한다고 고백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믿어주지 않는다 해서 기독교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본래 우리는 거짓되고 부패한 자들이었습니다. 다만 주께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긍휼과 자비로 붙드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이 한국교회를 불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저와 같은 목사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지금도 우리 자신에게는 희망이 없지만 눈을 들어 거룩한 주님을 바라보면 여전히 희망이 있습니다.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여덟 번 일으켜 주시는 주님을 의지합시다.
허태성 서울 강변교회 목사
[오늘의 설교]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입력 2016-02-17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