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창선] 마이너스 금리 만능키 아니다

입력 2016-02-17 17:30

돈을 맡기는데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보관료를 낸다. 돈을 빌리는데 오히려 이자를 받는다. 상식을 뛰어넘는 마이너스 금리가 낯설지 않게 됐다. 2월 16일부터 일본에서는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일부 자금에 대해 -0.1%의 금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2014년 중반부터 유로존과 몇 나라에서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 예치금 금리가 유로존의 경우 -0.3%, 덴마크 -0.65%, 스위스 -0.75%, 스웨덴 -1.1%이다.

경기부진, 저인플레와 더불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된 여파로 유럽에는 국채금리도 마이너스인 국가가 많아졌다. 스위스의 경우 수개월에서 10년 만기까지 모든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해외 투자은행들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선진국 국채의 30%에 달하는 7조 달러 규모의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 영역에 있다.

유럽에서는 그동안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이 긍정적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시장금리를 낮추고 통화가치의 절상을 막거나 절하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으며 대출 확대로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려됐던 자금시장 왜곡이나 현금 수요 확대 등의 부작용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아직은 은행 예금, 대출에 대해서까지 마이너스 금리가 일반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기대효과보다는 역풍을 맞고 있다. 엔화가 잠시 약세를 보였을 뿐 강세로 돌아섰고 주가는 급락했다. 은행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오히려 금융, 경제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에서도 최근에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금리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유로화는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금융시장의 부정적 반응이 반드시 마이너스 금리 효과에 대한 의문 때문만은 아니다. 엔화나 유로화의 강세 전환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퇴조에도 영향을 받은 것이고 주가 하락은 마이너스 금리 폭이 작은 데 대한 실망감도 작용한 것이다. 이를 반영해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와 유럽중앙은행의 드라기 총재 등은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더 확대할 움직임이다.

그러면 마이너스 금리는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당초 금리가 제로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제로금리제약(zero lower bound)이 당연시된 것은 현금의 존재 때문이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순간 모두 은행예금을 인출하여 현금으로 직접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금 보유와 현금 거래에는 위험과 안전, 불편 등의 문제로 비용이 따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현금 보유비용은 2%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국가별로 현금 선호도, 전자화폐의 확산 정도 등에 따라 현금보유 비용과 마이너스 금리의 하한선이 다를 것이나, 아직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셈이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에 이어 시도되고 있는 파격적인 조치다.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제약을 깨고 새로운 금리정책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실험단계의 정책이어서 위험과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중국경제 불안, 저유가 등과 더불어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야기할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와 원화의 상대적 강세 가능성 등에 주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