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남 1차관 “벗이 먼 곳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입력 2016-02-16 21:49 수정 2016-02-17 00:16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2013년 6월 이후 2년8개월 만인 16일 열렸지만 양국 간 협력보다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이 더 관심을 모았다. 중국 관영언론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군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언급하며 대응 수위를 크게 높였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副)부장은 16일 서울에서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갖고 한·중 관계와 지역·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임 차관과 장 부부장은 지난 3년간 한·중 양국이 다방면에서 양호한 관계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양국 관계를 흔들림 없이 지속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중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한·중 양국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온도차가 드러났다. 임 차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측이 취한 다양한 조치를 설명했으며 장 부부장은 중국의 이익과 관심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드 문제와 관련한 우리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면서 “사드는 우리 안보와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임 차관은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친구가 멀리서 찾아왔으니 기쁘지 아니한가(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논어(論語)’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왕이 부장이 ‘사기(史記)’의 “항장(항우의 사촌·한국)의 칼춤은 패공(유방·중국)을 노린 것(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는 고사를 인용해 한·미 양국에 불쾌감을 표시하자 똑같이 중국 고전으로 맞대응하며 ‘역대 최상의 한·중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중·한이 서로 이해해야 하며 서로 협박해선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혼란,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상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며 “중국의 다리가 물에 잠긴다면 누군가는 허리, 심지어 목까지 잠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한국에 사드가 출현하면 중국 사회는 인민해방군이 동북지역에서 강대한 군사적 배치로 대응하는 것을 반드시 지지할 것”이라며 “한국 본토가 미·중 간 군사경쟁이 벌어지는 민감한 지역이 될 경우 한국은 국가적 독립성을 잃고 대국의 게임에서 바둑돌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양국 외교부 차관은 사드 배치 논란과 무관하게 한·중 관계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사드 문제는) 한·중 관계와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다”면서 “관계 발전을 위한 양국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의 대북 제재에 대해선 어느 정도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중국 측은 “새롭고 실효적인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우리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조성은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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