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광고대행사 통해 비자금 조성 정황… 檢, KT&G·광고사 압수수색

입력 2016-02-16 21:38

KT&G가 대형 광고대행사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검찰이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구속 기소된 민영진(58) 전 사장을 비롯해 7개월간의 KT&G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뒷거래와는 다른 갈래의 의혹이다. 이번 수사가 백복인(51) 사장 등 KT&G 현 경영진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KT&G와 광고대행사에서 동시에 이사를 지낸 대기업 부회장 A씨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16일 글로벌 종합광고대행사의 한국지사인 J사와 관계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강남구 KT&G 서울 사옥에 있는 마케팅본부 김모 팀장 사무실도 압수수색에 포함됐다. KT&G 본사 압수수색은 4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김 팀장과 J사 관계자를 임의동행해 참고인 조사도 벌였다.

검찰은 KT&G가 J사에 광고 대금을 부풀려 지급했다가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만든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J사가 KT&G의 광고용역을 수행하면서 다른 외주업체를 동원해 단가를 부풀린 정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상한 자금 흐름이 파악돼 돈의 성격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J사는 KT&G와 수십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2011년부터 기획안 개발, 미디어 홍보 등 포괄적 마케팅 업무를 대행했다. ‘에쎄’ 등 주력 상품을 인도네시아 등지에 광고했다. 김 팀장은 J사와의 계약 실무를 맡았고, 당시 마케팅실장이던 백 사장은 그해 2월 마케팅 부서를 총괄하는 본부장에 올랐다. 검찰은 백 사장이 J사와의 거래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은 J사가 KT&G와 거래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 유력 기업인 A씨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건 아닌지도 주목하고 있다. A씨는 2001년부터 J사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06년에는 KT&G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민 전 사장이 전무이사로 승진한 해였다. A씨는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의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을 적임자로 꼽혀 이사직에 선임됐다.

A씨는 KT&G 이사회가 2010년 3월 신설했던 ‘브랜드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1년간 브랜드 포트폴리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략자문 등을 수행했다. 위원회에는 상임이사였던 민 전 사장도 참여했다.

KT&G와 J사는 A씨가 양측 모두에서 이사직을 맡았던 2010년 말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2012년 2월 KT&G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압수한 회계자료를 분석하면서 A씨의 역할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KT&G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마지막 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KT&G 비리 의혹을 수사해 왔다. 민 전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8명을 재판에 넘겼다. 민 전 사장은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모두 1억7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