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핵보유론’ 불 지피는 與 원내지도부 왜?… ‘北 제재’ 정부에 힘 실어주기

입력 2016-02-16 21:49
새누리당이 연일 핵보유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16일에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유사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있어야 한다며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들고 나왔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조건부 핵무장을 공식 제안한 뒤 러닝메이트인 김 의장이 힘을 실은 모습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왜 정부 기조와도 배치되고 당내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은 핵보유 주장을 계속 하는 것일까.

김 의장 발언의 요지는 “북한 핵무기에 대비해 언제든지 핵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기 위해선 우선 원전의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국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이를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한·미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협의를 할 때 핵재처리 논의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협정은 한국이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김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바로 핵폭탄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은 갖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잇단 발언을 두고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의견부터 정부와의 역할 분담, 대중 압박용 메시지라는 여러 평가가 나왔다. 친박(친박근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다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촉구하고 있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핵무장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청와대가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박’(새로운 친박)으로 분류되는 원 원내대표가 꺼낸 핵무장론이 여권 내 기류로 읽히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당내 외교안보전문가인 길정우 의원은 “당내에서 논의가 있었다면 반대 의견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현실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선거를 앞두고 안보 불안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핵무장론은 이미 시대가 가버린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무지인가 만용인가 아니면 오로지 선거인가 묻고 싶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