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민생법 안하고 선거법만 하면 국민이 이해못해”… 석달여 만에 여야 지도부 만나

입력 2016-02-16 21:05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 참석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대면한 것은 2014년 3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가운데는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 직전 정의화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여야 지도부와의 만남은 지난 10월 말 청와대 회동 이후 석 달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회동 직후 여당 지도부를 상대로 선거구 획정안보다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우선순위에 두고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 직후, 연설을 위해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며 김무성 대표에게 “국회가 민생법안은 통과시키지 않고 선거구 획정안만 통과시킨다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선거법 ‘선(先)처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내비치면서 여당 지도부를 압박한 것이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오전 9시37분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정 의장과 정갑윤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김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과 25분가량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여야 대변인 등 참석자들 전언에 따르면,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와 먼저 인사했다. 정 의장이 “야당에 인사를 먼저 하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개성공단 가동을 전격 중단한 이유를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우리 국민 7명이 볼모로 잡혀있었다”며 “어떠한 다른 논리도 국민 안위 문제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알릴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우리 국민의) 무사귀환이 가장 중요했다. 볼모로 잡힌다면 정말 큰일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어 “정책을 적시에 써야 효과가 있는 법이니 조속히 입법을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테러방지법의 처리를 요청했다. 다만 서비스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은 회동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가장 오래 대화한 사람은 2012년 대선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을 도왔던 김종인 대표였다. 김 대표는 “중국을 너무 믿지 말라. 중국은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을 잘 참작해서 대중(對中) 외교를 강화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를 수긍하며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와도 그렇다”고 답했다.

김종인 대표가 “갑작스럽게 (가동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 국민에게 소상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그것 때문에 오늘 여기 오게 됐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는 회동이 종료된 뒤 3분간 박 대통령을 독대하며 재차 이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통일 대박론과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지는 정부의 외교정책이 너무 왔다 갔다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통일 대박은 통일이 됐을 때 더 크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무조건 신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무조건적인 신뢰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