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재(19)군은 네 살 때부터 듀센형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유전적으로 근세포막 구성 성분이 부족해 근육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책 한 장 넘기기도 힘든 몸으로 일반 학생과 경쟁해 올해 연세대 사회학과에 합격했다.
전동휠체어에 앉아 있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나기 일쑤였다. 이동이 불편해 학원은 엄두도 못 냈다. 그래도 수험생활이 즐거웠다고 했다. 학교 수업과 복습, 야간 자율학습을 철저히 한 덕에 합격통지서를 받아들었다. 강군은 “사회 불평등을 연구해 소외받는 사람을 돕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창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때 행복했어요.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한 양분을 얻는 시간이었어요. 대학생활도 기운차게 마치고 4년 후 다시 이곳 졸업식 자리에 와서 사회에 도움이 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받은 사랑을 갚고 싶어요.”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16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모인 10명의 학생. 희귀난치성 신경근육계 질환을 앓으며 올해 대학 입학과 졸업을 하는 이들이 전동휠체어에 비스듬히 누워 새 출발을 자축했다.
근육을 맘껏 움직일 수 없어 다소 굳은 표정이었지만 목소리에선 설렘과 기쁨이 묻어났다. 다들 손발 근육이 위축되는 것을 시작으로 전신 근육이 약해지며 거동은 물론 호흡까지 어려워지는 병이다. 아직 마땅한 치료법이 없고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희귀병이다.
올해는 질병 연구를 위해 연세대 원주캠퍼스 생명과학기술학부에 입학한 김명지(18)양, 안구 마우스를 이용해 재택 교육을 받으며 방송통신대 문학교양과에 입학한 안명환(19)군 등 5명의 입학생 환우와 5명의 졸업생 환우가 기쁨을 함께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치료 위주의 삶을 살던 딸이 대학을 가고 싶다는 꿈을 꾸고 3년간 준비해 당당히 합격했다. 아침부터 야간 자율학습까지 마치고 돌아오는 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나 기특했다”며 웃었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같은 질환을 앓는 선후배와 가족 등 5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민경현(25) 연세대 물리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라며 “함께 상황을 이겨내 줄 친구, 가족과 불편한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힘내라”고 현실적인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며 “좌절과 실패도 하겠지만 꿋꿋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 교수는 2006년 사고로 팔과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상황에서도 연구를 놓지 않아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린다.
올해로 다섯 번째 이 행사를 마련한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소장은 “질환을 앓고 있는 여러분이 사회에 주는 긍정적 메시지는 일반인들도 하지 못하는 고귀한 것”이라며 “어디서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게 생활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미래의 호킹’ 꿈, 절망은 없다… 희귀 난치성 환우 10명의 특별한 입학·졸업식
입력 2016-02-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