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찬 기준을 당분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조만간 공개’에서 ‘당분간 비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안정적으로 교과서를 집필하는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필진 명단에 이어 편찬기준도 비공개로 돌리면서 ‘밀실 편찬’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관계자는 16일 “현재 시점에서 편찬기준을 공개하는 건 실익이 없다는 내부 방침이 굳어졌다”며 “국정화 추진에 따른 파문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집필진이 안정된 상태에서 집필하고 있는데 굳이 공개해 시끄러워지면 집필에 방해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편찬기준은 교과서 내용의 기본 틀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편찬기준을 공개해 검증을 받겠다고 하고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선 늦게 공개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공개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교과서 집필 환경이 굳어진 뒤에 공개하겠다는 셈법이다. 일각에선 총선 전에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추진단의 다른 관계자는 “국정화를 반대하는 분들은 어떻게든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혈안일 것이다. 어차피 공개될 집필진 명단이나 편찬기준 때문에 불필요하게 교과서 집필에 지장을 초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만들어진 국정 역사교과서 초안은 예고대로 일반에 공개해 검증받을 방침이다. 교과서 초안 공개시점은 올해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확정 고시(지난해 11월 3일)한 이후 100여일이 지난 현재 집필진 46명이 원활하게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진은 당초 47명이었지만 교사 1명이 자격 논란을 빚으며 사퇴했다. 이 교사는 한국사를 가르친 경력이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추진단에 따르면 집필진은 6∼7개 그룹으로 나뉘어 단원별로 집필하고 있다. 각 그룹은 경기도 과천의 국사편찬위원회나 다른 장소에서 수시로 만나 집필 방향을 논의하고, 개별적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를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그룹에 누가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게 진행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단독] 정부, 국정화 편찬기준 당분간 비공개… “밀실 편찬” 비판 또 불거질 듯
입력 2016-02-16 17:25 수정 2016-02-16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