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교회’ 국민일보 상대 소송 2심 판결 심층 분석 中] 법원 “시한부종말론 제시했다” 인정

입력 2016-02-16 18:34

서울고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고의영)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가 국민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반론보도 및 6억4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하나님의교회가 시한부종말론을 제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한국교회는 국민일보의 이번 판결로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대한 비판을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심, 1심보다 분명하게 “시한부종말론 제시했다” 판결=2심 재판부는 1심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하나님의교회가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했다고 명시했다. 1심 재판부는 “하나님의교회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국민일보 기사가 제시한 사실적 주장이 진실이 아니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우회적으로 하나님의교회의 시한부종말론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하나님의교회가 1988년, 1999년, 2012년의 종말을 제시하여 시한부종말론(일정한 시간의 한계를 둔 종말론)을 제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시한부종말론은 사이비 종교집단과 정상적인 종교기관을 구분하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다. 이 문제는 재산헌납, 가출, 이혼, 양육포기, 아동학대, 불안감을 조성하는 포교 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하나님의교회 입장에서 시한부종말론 판결만 뒤집으면 다른 쟁점을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하나님의교회가 2심에서 유력 법무법인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대표변호사 이광범)를 앞세워 “시한부종말론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총력을 기울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하나님의교회가 과거 주장한 시한부종말론을 뒤집기 위해 100개 이상의 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맞서 국민일보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예율도 하나님의교회가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46개 자료를 제출했다.

◇재판부, 하나님의교회 관련 5개 핵심자료 근거로 판시=재판부는 5개 핵심자료(표 참조)를 근거로 하나님의교회가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했다고 판결하고 시한부종말론과 관련된 정정·반론보도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하나님의교회가 사망한 안상홍을 재림 예수 그리스도 ‘아버지 하나님’으로 장길자를 ‘어머니 하나님’으로 믿는 교회”라면서 “안상홍의 저서인 ‘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새?’(1985년)에 ‘서기 2012년이 마지막 끝날이 되겠습니다’ ‘서기 1988년에 대한 예언자는 나뿐만 아니라(중략) 수십명에 달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1999년 후반에 발행된 하나님의교회 정기간행물 ‘십사만사천’도 핵심 자료였다. 이 자료에는 “서기 2000년 1월 1일 0시 노아의 방주이래 최대의 재앙이 온 세계를 휩쓴다”는 글이 있었다. 또 대재앙, 밀레이엄버그에 대한 언급과 함께 “하나님은 이미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을 파한 이들에게 재앙을 선포하셨고 이 재앙은 이제 컴퓨터라는 예언된 살육기계를 앞세워 인류에게 다가왔습니다(중략) 성경의 예언대로 분명히 대재앙의 때는 임박하게 우리들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라는 글도 있었다.

재판부는 ‘한국인의 신흥종교 2002 실태조사 연구집1’에 “하나님의교회가 1988년, 1994년, 1999년 지속적으로 시한부종말론을 신도들에게 유포하였고 가족들과의 마찰로 가출하는 신도들로 인해 가족들의 탄원이 매년 제기되어 왔다”는 내용도 인용했다. 하나님의교회 교육원의 설문조사, 탁지원 현대종교 발행인 관련 대법원·서울지법 판결문 등도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대전신학대 허호익(전 한국조직신학회 회장) 교수는 “기독교 역사상 ‘몇 년 몇 월 며칠에 세상종말이 온다’고 주장했던 수많은 종교사기꾼들이 있었지만 한 번도 그날이 맞은 적이 없었다”면서 “국민일보가 법적 소송을 통해 반사회적 종교집단의 접근을 적극 막고 있다. 이런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다수의 한국교회 교인들이 시한부종말론 집단의 미혹을 피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