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금지약물복용) 파문에 연루됐던 러시아반(反)도핑기구(RUSADA)의 전임 간부들이 50대 초반의 나이에 잇따라 같은 이유로 사망해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15일(현지시간) 니키타 카마예프(왼쪽 사진) 전 RUSADA 집행이사가 사임한 지 2개월 만인 전날 돌연 사망했다고 전했다. RUSADA 측은 “카마예프가 스키를 타고 집에 돌아온 뒤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면서 “카마예프는 탁월한 업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카마예프는 올해 52세로 2011년 3월부터 RUSADA를 이끌어오다 도핑 파문 직후인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카마예프의 측근들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라밀 카브리에프 전 RUSADA 위원장은 “단 한 번도 그가 심장과 관련해서 문제를 호소하는 것을 들은 일이 없다”면서 “어쩌면 그의 아내는 다른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USADA의 회장직 대행 안나 안첼리오비치 역시 현지 언론에 “그의 죽음은 우리에겐 너무나 큰 손실이자 놀라움”이라며 “그는 단 한 번도 심장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더욱 의문스러운 것은 불과 2주 전인 지난 3일 뱌체슬라프 시녜프(오른쪽) 전 RUSADA 집행위원장이 51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사인이 역시 심근경색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시녜프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도핑 스캔들 관련자들의 이민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도핑 파문으로 해임됐던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RUSADA 산하 모스크바실험실 소장과 부소장 티모페이 소볼레프스키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지난해 1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광범위하게 도핑을 했으며 RUSADA 산하 모스크바실험실의 일부 의사와 직원들이 공모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올 초 공개된 두 번째 보고서에서는 라민 디악 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이 도핑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보고서가 공개됐을 당시 카마예프는 “정치적”이라며 “믿을 수 없는 증거를 기반으로 작성된 편향된 보고서”라고 비난했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부 장관은 카마예프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매우 예상치 못한 죽음”이라며 “카마예프는 건강하고 아무 문제 없어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카마예프가 러시아에 반도핑 시스템을 도입한 업적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러 육상 도핑파문 연루 고위직 2명, 2주 간격 심근경색 사망 ‘미스터리’
입력 2016-02-1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