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단합 이루려면 대통령이 비판여론 더 설득해야

입력 2016-02-16 17:27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국정 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 없다”며 “핵 개발이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체제 붕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기조로 전환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가 대북 정책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게 된 원인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 국제 질서를 무시한 김정은 정권의 폭주는 정부로 하여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변화 없이 지나갈 수 없게끔 만들어놓았다. 그런 차원에서 “이제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맞다. “기존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평가도 일리 있다. 김정은 정권의 무모함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정부의 단호한 입장에 일단 호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분위기다.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는 반대하면서도 “유엔 안보리에서 새롭고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난색을 보이던 것과는 좀 달라진 기류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항이 아닌 만큼 좀더 정교하고 전략적인 사고와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강경 기조 외에 향후 실행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지금은 제재 국면이기 때문에 혼선을 일으킬 만한 내용을 배제했을 수는 있으나, 대치 상황이든 협상 상황이든 사고와 정책의 유연성은 우리 이익을 관철시키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최후 통첩성 대북 경고만이 능사가 아니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그동안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이유와 중장기 대북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반도는 위기 상황이다. 그래서 “국민 단합과 국회의 단일된 힘이 북한 의도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박 대통령의 시각에 동의한다. 위기 앞에서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단합된 힘을 보여주지 못하면 상대방과 관련국들이 깔보기 마련이다. 위기를 빌미로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정치적 의도도 나쁘지만 내부 분열을 유발시키는 것도 우매한 행동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단합’을 이루려면 비판 여론을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