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정에 관한 국회연설’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겠다는 초강경 대북정책 기조를 천명했다. 북한 체제 붕괴 등 이른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까지 거론하면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의 ‘핵 포기’를 박근혜정부 대북정책 최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이 희생되더라도 정책이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기존 방식은 파국 초래” 대북 접근법 대전환=박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은 고강도 압박이다. 박 대통령은 “기존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 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다”며 “북한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단언했다. 북한의 반복적인 도발 위협을 ‘퍼주기식 지원’으로 무마해 온 이른바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등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엄중한 대북 인식은 “변화가 없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보듯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 정권의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 체제 붕괴까지 처음으로 직접 거론했다.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북한에 “핵 개발은 체제 붕괴까지 재촉할 뿐”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제는 다른 차원의 고강도 압박만 필요하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협의 착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내놨던 박 대통령이 이들 조치에 대해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 변화를 이끌기 위해 남북 등 양자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강력한 공조와 협력, 연대를 계속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 공조, 한·미·일 3각 협력,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한 접근방법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당부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조를 위해선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안보불감증을 언급하면서 “북한 핵이 우리를 겨냥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해왔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핵불소나기’ ‘핵참화’ ‘핵공격’ ‘핵전쟁’ ‘핵보복타격’ 등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해왔다는 점도 일일이 거론했다.
◇개성공단 포기 감수 의지도 사실상 천명=박 대통령의 연설에선 북한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사실상 포기할 수 있다는 의지도 읽힌다. 박 대통령이 직접 개성공단 포기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개성공단 중단 배경과 입주기업 피해 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한 것은 이를 희생해서라도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문제를 설명하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가 핵·미사일 개발을 책임지는 북한 노동당 지도부로 유입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김정은 체제로의 자금 유입 차단 차원에서 공단 중단이 불가피한 결단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모든 수단을 취해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또 “우리가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을 사실상 지원하는 상황을 지속되게 할 수는 없다”고 한 박 대통령 언급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해 개성공단 투자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할 것”이라고 입주기업들의 투자보전책을 설명했다. 또 입주기업에 대한 대체부지 지원, 인력 및 자금 지원,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 보전 대책 등도 소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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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