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8개월째 동결] 한은 ‘경기 진단’ 부정적… 3∼4월 인하 가능성

입력 2016-02-16 21:42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기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지훈 기자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경기 판단이 한층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8개월째 동결했지만 만장일치 결정에서 벗어나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16일 금통위 이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 경제를 보면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소비 등 내수 회복세도 다소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의 경기 인식이 한 달 만에 더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 당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갔으나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언급했다. 불과 5일 전인 지난 12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생산·투자도 기저효과 등으로 다소 개선됐다”고 평가한 것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경기 판단은 악화됐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해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금리인하에 따른) 기대효과는 불확실하지만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거시경제 리스크 외에 금융안정 리스크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금융불안, 북한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에만 무게를 둘 수 없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등 비상식적 통화정책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상식을 뛰어넘는 대응을 한 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이라며 “통화정책은 경기 대응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지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하성근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면서 만장일치 동결 입장이 8개월 만에 깨졌기 때문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진 것은 인정하지만 최적의 금리인하 시점이 언제인가를 고민하겠다는 의미”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확고해지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로 3∼4월에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하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