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 우아한 바로크 음악을 들려주는 콘서트 2편이 기다리고 있다. 28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이안 보스트리지, 3월 5∼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대악기(고음악) 연주단체로 원전연주의 매력을 보여줄 전망이다.
영국은 내세울 만한 작곡가가 퍼셀과 브리튼뿐이어서 오랫동안 클래식계 변방에 머물렀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르네상스와 바로크 음악을 작곡 당시 악기와 연주법으로 재현하는 원전연주가 등장하면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대표적인 연주자와 단체로는 이번에 한국을 찾는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존 엘리어트 가디너와 몬테베르디 합창단,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설립한 영국 고음악 아카데미 등이다.
86년 설립된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는 상임지휘자를 두는 대신 객원 지휘자 또는 악장이나 건반악기 연주자가 공연에 따라 그 자리를 맡아 단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음악적 해석을 도모하는 게 특징이다. 이번 대전 공연은 하프시코드 연주자 겸 지휘자인 스티븐 디바인이 지휘한다.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기도 한 디바인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오랫동안 음악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콘서트에서는 텔레만의 칸타타와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를 포함해 수상음악과 콘체로토 그로소 등 주옥같은 바로크 음악이 소개된다. 가곡 스페셜 리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근래 들어 바로크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테너 보스트리지가 협연자로 나선다.
프랑스는 ‘태양왕’ 루이 14세 치하에서 장-바티스트 륄리를 필두로 샤르팡디에, 프랑수아 쿠프랭, 마레, 라모 등 뛰어난 작곡가를 다수 배출했다. 이 시기 다양한 춤곡들은 독일과 영국 등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대혁명으로 한동안 전통이 단절된 데 이어 독일이 유럽 음악의 패권을 차지하면서 잊혀져 갔다.
그러다 70년대 초 미국인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가 파리로 이주하면서 극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크리스티와 젊은 프랑스 음악가들이 함께 만든 원전연주단체 ‘레자르 플로리상’이 활동하면서 프랑스에서 고음악 운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바순 연주자인 마크 민코프스키를 비롯해 에르베 니케, 크리스토프 루세(이상 하프시코드), 위고 레인(리코더) 등은 이후 각각 자신의 앙상블을 만들게 된다.
민코프스키가 82년 스무 살 나이에 만든 앙상블이 바로 ‘루브르의 음악가들’이다. 그는 바로크시대 작곡가 헨델과 글룩의 오페라 ‘아마디지’ ‘테세오’ ‘아르미다’ 등을 다시 살려냈다. 최근엔 19세기 빈 고전파인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와 프랑스의 비제, 오펜바흐, 베를리오즈 등을 넘어 20세기 드뷔시, 거슈인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서울 공연에서는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이상 5일)과 글룩의 ‘돈 주앙 혹은 석상의 연회’와 라모 ‘상상교향곡’(이상 6일)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봄 부르는 바로크 선율의 향연
입력 2016-02-16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