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상하이 臨政청사 유감

입력 2016-02-16 17:34

이달 초 중국 상하이 방문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다시 찾아가봤다. 지난해 9월 새롭게 단장하고 대통령까지 참석해 재개관식을 했다기에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해서다. 연립주택 형태의 허름한 3층 기와건물은 그대로였지만 전시시설이 제법 확장되고, 전시자료도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전 방문했을 땐 불과 5분 만에 참관을 마쳤지만 이번에는 30분 가까이 머물며 이것저것 살펴볼 게 있어 좋았다.

하지만 눈살 찌푸리게 하는 광경은 피할 길이 없었다. 1층 오른쪽 벽에 전시된 국내 고위 인사 방문기념 사진. 한·중 수교 이후 방문한 6명의 대통령 사진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정당 대표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고위 장성 등의 사진을 잡다하게 걸어놓은 건 부자연스러워보였다. 그중 범법 행위로 언론에 크게 보도된 사람이 셋이나 포함돼 있는 건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최윤희 전 합참의장, 포스코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해상작전헬기 도입 로비자금 명목으로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이 청사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 집필을 시작했으며, 한인애국단 소속 이봉창·윤봉길 의사가 항일 의거를 준비했던 독립운동 유적지다. 연평균 방문객 20여만명 대부분이 한국인이며 그중 상당수는 학생이다. 다들 잠깐씩 들르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나라사랑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역사적 현장에 국민 지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버젓이 걸어놓은 것은 몰상식이다. 순국선열들에 대한 모욕임을 모른단 말인가. 청사 방문객이 줄을 잇는데도 안내 직원들 점심시간이라며 매일 오전 11시반부터 두 시간 동안이나 방문객을 입장시키지 않는 것도 비상식에 속한다. 상하이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