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작년 혹사 안했다 많이 던지면서 자존심 회복”… 한화 전지훈련장 오키나와를 가다

입력 2016-02-17 04:03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에겐 지난해 아픈 손가락이 두 개 있었다. 바로 투수 권혁(33)과 이태양(26)이다. 시즌 중반까지 불펜의 핵으로서 불꽃 투구를 선보였던 권혁은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영건’으로 한화 마운드의 새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태양은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지난해 한화 마운드를 내내 괴롭혔던 과부하는 이태양으로부터 비롯됐다.

권혁과 이태양을 16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만났다. 권혁에게 지난해 혹사 논란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혹사라는 생각을 내 스스로 해본 적이 없다”며 “많이 던지고, 많이 뛰더라도 몸 관리를 잘하고 안 다치는 게 선수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지난해 한화로 오기 전 권혁은 한물 간 선수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는 “작년에 많이 던지면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나도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그래도 지난해 후반기에 힘들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고 올해 새로운 구종을 개발 중이다. 바로 체인지업이다. 권혁은 “투수가 타자와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늘려야한다는 생각을 지난 시즌 막판 했다”면서 “체인지업 뿐 아니라 직구도 투심 그립으로 공을 잡고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올해에는 변화구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한화 불펜은 정우람(31)의 가세로 더욱 튼튼해졌다. 권혁에게 “정우람이 함께하면 과부하가 덜 걸리고, 편하게 공을 던지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전혀 아니다”였다.

그는 “우람이와 나는 경쟁 관계”라며 “(둘 다 불펜에 왼손 투수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경쟁을 펼치면 서로 간에 발전이 있을 것이고, 또 자극도 받아 더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혁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것이다. 그는 “승리와 홀드, 세이브는 다른 선수들이 만들어주지만 평균자책점은 완전히 나 혼자의 힘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인 목표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권혁은 “이제 가을야구가 아니고 정상에 서보자는 욕심이 나 뿐 아니라 우리 선수 모두에게 있다”면서 “올해도 열심히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태양은 지난해 4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해 단 한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그는 “이제 몸이 80%정도 만들어졌다. 하프피칭도 60개 정도 하고 있다. 올 5월에는 등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후반기 성적이 떨어지는 팀을 보며 현장에 같이 못해 정말 미안했다”며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재활을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지금 느낌이 아주 좋다”며 “시즌이 기다려진다. 재활기간 동안 정신력이 더 강해졌다. 꼭 팀에 도움이 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