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도 160여일간 공장을 돌리지 못해 빚더미에 앉았는데 정부가 준 지원금은 수백만원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대출금리를 낮춰주겠다는데, 이자 낼 돈도 없는 판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정부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대책에 해당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피해보상 없이 금융지원만 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했던 2013년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정부가 개성공단 문을 닫은 만큼 입주기업들의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내 일부 입주기업들은 대체부지로 송도와 청라를 요청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특혜 논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뉴국제호텔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민관합동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주기업의 보상 요구에 “그것에 대해선 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입주기업들이 정부에 지원이 아닌 보상을 요구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했을 때도 정부 대책이 있었지만 오히려 큰 불신만 쌓였기 때문이다. 당시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 내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59개 기업에 176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경협보험금과 1177억원의 지원금까지 합해 총 지원금은 2938억원이었다.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컸다. 입주기업들은 원청업체 납품 채무와 재고자산, 투자액 등 총 1조359억원의 피해금액을 통일부에 신고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서류 심사를 통해 개성공단 기업들이 신고한 피해금액의 37% 수준인 7860억원으로 피해액을 산정했고 실제 지원 금액은 그나마도 절반 수준이었다.
2013년 받았던 경협보험금과 대출은 현재까지도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당시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보험금을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서 반납해야 했는데 지금까지도 다 갚지 못해 이자를 내고 있다”면서 “3%였던 이자가 지금은 9%까지 치솟았는데,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게 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도 3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남북협력기금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경협보험의 보험금 지급, 민간은행 대출금리 인하, 대출 상환 유예 등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조건 입주기업을 지원할 수도 없다. 1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인천을 기반으로 하는 16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인천시에 대체부지로 송도와 청라 경제자유구역을 요구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송도·청라는 개성과 가까우면서도 수십만㎡ 규모의 부지가 비어 있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신발 제조업체 대표는 “입주기업들도 정부 결정에 따를 테니 정부도 기업의 피해를 확실히 파악해 보상해줬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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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5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