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명이 남아 있다. 정부의 장기결석 초등생 전수조사와 경찰 수사로도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이들은 경기도 안양과 경남 창원에서 실종됐다. 허공으로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행방이 묘연하다.
7년 전 안양에서 사라진 남자아이는 이제 22세가 됐지만 생존의 흔적은 없다. 주민등록은 오래전 말소돼 서류상으로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경찰과 교육 당국은 끊어진 실마리의 끄트머리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들이 살아있기만이라도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주일에 버려졌다 주일에 사라진 아이
안양시 동안구의 한 기독교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A군이 사라진 건 일요일인 2009년 3월 22일이었다. 낮 12시쯤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위층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려는데 보이지 않았다. 반지하 예배당 뒤편 헌금함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A4용지 크기에 줄이 쳐진 종이에는 검정 볼펜으로 4줄 정도 쓰여 있었다.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맡겼는데 부모로서 못할 짓이고 아이에게도 미안해 다시 데려간다는 내용이었다. 스스로 친모라고 했다.
A군이 버려진 2006년 2월 12일도 일요일이었다. 시간도 예배가 끝날 무렵인 낮 12시쯤이었다. 정신지체 아동들을 포함해 40∼50명이 어수선하게 예배를 보는 틈을 타 아이를 놓고 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시설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A군은 시설 운영자인 목사의 호적에 1994년생으로 올려졌다. 인근 특수학교에 자리가 비어 있던 초등 4학년에 나이를 맞췄다. 실제로는 출생연도를 모른다. 목사의 성을 따랐다.
시설은 A군이 사라진 다음날 인근 파출소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다만 부모가 데려갔을 것이라고 여긴다. 시설 관계자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애였다. 지체장애인은 새우잡이를 시키거나 섬에라도 팔아먹는 나쁜 놈이 있는데 지적장애인은 (다른 사람이) 공연히 데려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됐다.
A군 실종 사실은 장기결석 초등생 전수조사 과정에서 특수학교가 보고하면서 다시 알려졌다. 사라진 지 7년 만이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렸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는다. 실종 전 확보해둔 DNA를 변사자 등과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
아들을 데리고 사라진 여자
경남 창원에서 진행 중인 장기결석 아동 B군(10)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다. 창원 중부경찰서는 창원시 의창구에서 사라진 B군과 그의 어머니 이모(38)씨를 추적하고 있지만 실종 이후 행적에 대해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다.
미혼모 이씨는 겨울방학 이후 개학 첫날인 지난해 1월 26일 B군을 데리고 자취를 감췄다. 교실 문밖에서 기다리던 이씨는 1교시가 끝나자 담임교사에게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B군은 이씨와 함께 외가에서 지냈다. 이 사건 역시 지난달 19일 교육부의 장기결석 아동 일제조사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사기 혐의로 고발돼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이씨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B군의 생사를 알 수 없다. B군의 어머니는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1억여원을 빌린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명수배 중인 이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가출 이후 통화 기록, 금융거래 내역, 병원 이용 내역도 없다. 경찰은 가출 전 1년 동안 이씨와 통화한 150여명도 조사했지만 B군의 생사에 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창욱 김판 박세환 기자, 세종=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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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