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홍용표 통일부 장관 ‘말바꾸기’… 개성자금 전용 자료 있다더니 사흘 만에 “증거 없다” 번복

입력 2016-02-15 22:17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의원들은 홍 장관을 상대로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증거’ 발언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반면 윤 장관에게는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동희 기자

‘증거’를 거론하며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던 정부가 사흘 만에 “증거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역사적 결정을 심사숙고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홍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전용 우려를 밝히며 관련 자료도 있다고 발표했었다”며 “그 이후 이 내용이 돈이 들어간 자료,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의 발언 번복은 야권 등에서 “벌크캐시(대량 현금)의 북한 유입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2094호 위반을 자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섣부른 언행으로 개성공단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 전체가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 자금의 70%가) 북한 노동당 39호실이나 서기실에 들어가는 상황이 자료라고 말한 내용의 전부”라며 “자료 증거가 있다는 게 아니라 북한 상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외통위원장이 “증거자료가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라고 묻자 홍 장관은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러 정황을 종합해 그렇다는 것인데 제가 해명을 빨리 안 해 증거자료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증거를 공개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한 적도 없고, 중요한 것도 아니다. 상황의 엄중함을 말씀드리기 위한 진의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홍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발표하며 자금 전용 우려를 처음 제기했고, 지난 12일에는 “관련 자료가 있다”고 명시적으로 말했다. ‘자료나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엔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했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지난 14일에는 전용 자금의 70%가 북한 노동당 서기실과 39호실로 유입됐다는 구체적 과정과 수치를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홍 장관이) 명백히 거짓말한 셈”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은 “근거도 없이 핵·미사일 자금 유입설을 제기해 개성공단 재가동 여지까지 없앴다”며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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