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큰딸 살해… 암매장 시신 발견

입력 2016-02-15 21:43
친어머니가 큰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5일 오후 5시30분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인근 야산에서 큰딸로 추정되는 백골 상태의 시신을 수습해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또다시 7세 여자아이가 엄마의 모진 폭력에 목숨을 잃었다. 남편과의 불화로 가출한 뒤 두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혐의로 구속된 박모(여·42)씨는 큰딸 A양을 살해한 뒤 암매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남지방경찰청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수색해 15일 오후 5시30분쯤 A양으로 추정되는 백골 상태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출 후 거처가 없었던 박씨는 대학 동기인 백모(여·42)씨의 소개로 2009년 경기도 용인시 소재 이모(여·45)씨의 238㎡(72평형) 규모 아파트에서 세 가족이 함께 살았다.

박씨는 평소 주인 이씨의 눈치를 보면서 아이들의 버릇을 고친다는 이유로 자주 체벌을 했고, 좁은 베란다에 감금하거나 길게는 보름까지도 아이들을 굶기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10월 25일에는 A양이 가구를 긁는다는 이유로 집주인 이씨의 항의를 받은 박씨는 A양을 훈계하며 회초리로 체벌을 가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A양의 버릇에 또다시 핀잔을 듣게 되자 박씨는 이튿날인 26일 아침 방안에서 A양의 손과 발을 청테이프로 의자에 묶고 40분가량 체벌했다. 체벌 도중 소리를 지르자 A양의 입도 청테이프로 붙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이어 출근시간이 되자 딸을 의자에 방치한 채 출근했고, 몇 시간 후 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전화를 받고 아파트로 돌아왔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박씨는 백씨 등과 함께 숨진 딸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이틀 정도 장소를 물색하다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사망 당시 A양은 만 7세였지만 미취학 아동으로 분류돼 있었다. 당시 미취학 아동을 파악한 교육청에서도 첫째 딸에 대한 수사 의뢰는 없었다.

아이들 아버지인 김모씨는 아내 박씨가 2009년 두 딸을 데리고 가출하자 2010년 강제이혼 신청을 해 현재 이혼한 상태다. 김씨는 이어 2013년 아이들 ‘교육 문제'를 생각해 고향인 경남 고성의 아이들 할머니 집으로 위장전입 신고를 했다. 그때는 이미 큰딸이 엄마의 폭행으로 숨진 지 2년이나 된 시점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용인시의 아파트에서는 세 가족 10여명이 공동으로 생활하며 아파트 주인인 이씨의 휴대전화 판매대리점 운영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 유기를 도운 백씨와 이씨를 구속하고 이씨 언니를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의 대학 동기인 백씨도 함께 살던 열한 살 아들을 베란다에 감금하거나 회초리로 심하게 때리는 등 학대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고성=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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