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연설 데뷔전서 ‘핵무장’ 피력… 원유철 ‘조건부 핵무장론’은 소신? 靑과 교감?

입력 2016-02-15 21:54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조건부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위권 차원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핵무장론은 그 무게감이나 파장이 다르다.

원 원내대표는 정치인생 첫 대표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무의미해졌다”고 했다. 이런 강경론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이 네 차례 핵실험으로 돌아왔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건넨 화해와 협력의 손길을 북한은 무력도발이라는 주먹질로 응답했다”고 표현했다. 이는 우리도 강력한 안보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한 해 국가 살림의 약 10%, 북한 국방비의 10배 수준에 달하는 38조8000억원의 국방 예산을 쓰면서도 안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이유도 댔다.

원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후반기 2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고, 19대 들어선 당내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정부 기조와 배치되는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데는 개인 소신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반대로 그가 평소 정부, 청와대와의 긴밀한 소통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교감은 있었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됐다. 국제관계상 제약이 많은 정부 대신 여당이 초강경 대응 방안을 공론화시키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중국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의견도 나왔다.

야당은 물론이고 당내 분위기도 싸늘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북핵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으로 핵무장을 제기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론이 될 수 없고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 원내대표는 당초 연설문에 ‘조건부 핵무장’이란 단어를 넣었다가 수정본에선 이를 뺐다.

원 원내대표는 안보 위기와 함께 경제 위기의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위기를 버텨내려면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서비스산업 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며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를 짚을 때는 “서울시교육감님, 경기도교육감님”이라고 찍어 “조속히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했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하는 것은 교육감의 핵심 책무이자 법령상 준수해야 하는 의무”라며 정부와 한목소리를 냈다.

원 원내대표는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희망기본법’(가칭) 제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업의 청년 의무고용과 청년 고용 시 세제·금융 혜택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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