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금리 연 8.72%. 누적투자액 136억1680만원.’
국내 최대의 P2P(peer to peer) 대출업체 8퍼센트의 홈페이지(8percent.kr)에서는 15일에도 계속 투자액이 늘어나면서 숫자가 바뀌고 있었다. 국내외 경제가 악화되면서 얼어붙는 금융시장 상황과는 다르다.
P2P 대출은 온라인으로 돈을 모아 빌려주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이다. 미리 금리를 정하고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진다. 8퍼센트에는 매일 100여명이 대출을 신청한다. 대부분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왔던 이들이다. 이들은 심사를 거쳐 연 8∼10%로 대출을 받아 기존의 빚을 갚는다.
“고금리를 쓰지 않아도 될 사람이 2금융권에서 고금리를 쓰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2금융권에서 비싼 이자를 내고 있던 분들이, 1금융권의 낮은 이자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저희가 사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서울 사당동 사무실에서 만난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잘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2014년 말 8퍼센트를 창업했다.
“저도 은행원이었지만, 은행은 문턱이 너무 높거든요.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들이 대출업체 광고만 믿고 멋모르고 대출을 받았다가 은행에 외면당하는 분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런 분들이 2금융권에서 벗어나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말하자면 1.5금융권을 만들고 싶었어요.”
부모님 농가에 농기구를 사드리고 싶다는 아들, 여동생 결혼자금을 돕고 싶다는 오빠, 국회의원과 걸그룹 멤버도 8퍼센트를 찾았다. 8퍼센트의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 중개한 695건의 대출 중 부도가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다. 연체도 단 3건뿐이다.
“대출을 신청하신 분들의 내역을 5분만 살펴보면 판단이 섭니다. 신용평가회사의 평가 내용과 서류를 제출받는 건 확인작업이죠. 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10%도 안 됩니다. 이 비율은 더 낮추려고 해요.”
이제 막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P2P 대출은 국내에만 50여 업체가 뛰어들었다. 세계적으로 P2P 대출은 개인 금융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고, 2020년까지 1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P2P 대출 시장은 2014년 6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국내 가계대출 시장은 연 1130조원 규모다. 이제 시작단계인 셈이다.
중국에서는 이달 초 P2P 대출업체 e쭈바오(租寶)가 90만명에게서 9조원 넘는 사기를 벌인 사실이 적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P2P 업체에 대한 규제가 없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P2P 대출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퍼센트도 유사수신업체로 신고돼 사이트가 차단당했었다. 덕분에 유명세를 얻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재는 대부분의 P2P 업체가 대부업체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7월 25일부터 시행되는 대부업법 감독규정안에 따르면 대부업체들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보증금을 대부업협회에 예탁하거나 보험,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대부업체가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정책 상품을 사칭하는 광고도 금지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나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런 규제도 대부분 기존 대부업체를 겨냥해, P2P 대출 이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되지 못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P2P 대출은 아직 시장 형성단계여서 규제하기보다는 성장을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국회의원도 이용 P2P대출 ‘금융사다리’ 역할해낼까
입력 2016-02-1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