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빠진 아이들 ‘상술’에 눈먼 어른들… 보톡스 맞는 고교생, 색조화장 하는 초등생

입력 2016-02-16 04:11

고교 3학년이 되는 이모(18)양은 지난달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턱을 갸름하게 하는 ‘보톡스(보툴리눔) 시술’을 받았다. 망설이다가 화장품 한두 개 값이면 된다고 해서 선뜻 나섰다. 비용은 겨울방학 때 커피숍 알바를 해서 직접 마련했다. 이양은 “턱이 도드라져 콤플렉스가 심했었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보톡스를 맞을 생각”이라고 했다.

고교생까지 보톡스 주사를 맞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고 있다. 한 대에 수십만원 하던 보톡스 주사는 국산 제품이 생산되면서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보통 5만원, 특별행사 기간엔 2만∼3만원까지 내려간다. ‘저비용’을 무기 삼아 대학생은 물론 고교생까지 유혹하고 있다.

‘보톡스 대중화’ 이끄는 병원들

주름을 없애준다고 알려진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켜 움직임을 없애고 크기를 줄이는 약물이다. 턱, 뒷목 승모근, 허벅지, 종아리 등 근육 크기를 줄여 날씬해 보이려고 할 때 쓴다. 잇몸 크기를 줄이거나 콧구멍을 좁힐 때, 입꼬리를 올리려 할 때도 주사한다. 최근에는 성대를 마비시켜 목소리를 바꾸기도 한다.

15일 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 10곳에 ‘17세 고교생’이라고 소개하며 전화 상담을 받았다. 갸름한 턱을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고 싶다고 하니 10곳 모두 “부모님의 간단한 동의만 받으면 바로 시술받을 수 있다”며 내원을 권유했다. “티가 나지 않아 시술 직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거나 “성인이 아니어도 효과가 있고 부작용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체 발달이 끝나지 않은 청소년에게 과도한 약물 주입은 위험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홈페이지에서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에게 보톡스가 안전하거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달 13일 보톡스의 효능과 효과, 부작용 등을 적은 안내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제품에 따라 18세 이상에게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내사항일 뿐 미성년자 사용에 대한 권고 내용은 없다.

어린이 구매욕 부추기는 화장품

조지연(40)씨는 2년 전부터 딸(13)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딸이 피부색을 밝게 해주는 BB크림부터 파우더, 입술을 반짝이고 빨갛게 해주는 립글로스까지 어른용 화장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어서다. 조씨는 “피부에 해롭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다그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 화장품 회사에서 아이들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딸은 “요즘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모두 메이크업을 한다. 예뻐져 자신감을 갖는다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이들은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나 싼 성인용 제품을 사용한다. 어른보다 피부 조직이 얇아 흡수율이 높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사용할 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업체들은 각종 만화 캐릭터로 포장한 화장품을 쏟아내 구매욕을 자극한다. 청소년 연기자를 화장품 모델로 발탁하기도 한다. 온라인상에는 ‘중학생 메이크업’ ‘학교에서 들통나지 않는 화장법’ 등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도 넘친다.

임영식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청소년전공 교수는 “외모지상주의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임을 인지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하게 미디어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이 같은 행태를 막을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