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잠잠 ‘해적’ 동남아서 활개
입력 2016-02-15 20:41
해적의 주 활동 무대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동남아시아 해역으로 옮아가고 있다. 국내 원양어선들이 두려워했던 소말리아 해적 활동은 연합해군의 소탕 작전 이후 뜸해진 반면, 인도네시아 해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에서 해적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5일 ‘2015년 전 세계 해적사고 발생 동향’을 발표하고 지난해 전 세계 해적 공격 건수는 246건이라고 밝혔다. 전년보다 1건 늘긴 했지만, 2012년부터 해적 공격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해적 피해 중 ‘심각한 피해’로 분류할 수 있는 선박피랍 건수는 지난해 15건으로 2011년 45건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활동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공격 건수는 0건을 기록했다. 2011년에만 해도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공격 건수는 전 세계 발생 건수의 54.5%를 차지했다. 2009년부터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 등이 연합해군을 구성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소탕 작전을 시작한 이후 해적 피해 건수가 줄기 시작했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은 조직적이고 흉포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2011년 1월 한국 해군 청해진부대는 소말리아 해역인 아덴만에서 해적에 피랍됐던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바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소말리아 해적은 거의 100% 총기로 무장하고 실제로 총기를 발사하면서 공격했다”며 “유조선·화물선 구분 없이 납치하고 몸값을 요구해 국내 원양어선이 두려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남아 해역에선 해적 공격 건수가 늘고 있다. 2011년 119건이던 해적 공격 건수는 지난해 200건까지 늘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발생한 해적 공격은 108건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해역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자국 항만에서 배에 올라 선원들 귀중품을 훔쳐가는 수준의 ‘좀도둑’ 해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해역 해적사고 중 95%(189건)는 단순 물품 강탈인 ‘해상강도’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최근 유조선 화물을 강탈하는 경우도 늘고 갈수록 흉포해지는 추세여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발생하는 해적 공격 건수는 지난해 31건으로 조사돼 4년 전보다 21건 줄어들었다. 서아프리카 해적은 인근을 오가는 유조선을 많이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내 선박의 해적 피해는 1건으로 조사됐다. 동남아 말라카해협을 지나던 화학제품 운반선이 해적의 공격을 받아 선원 한 명이 타박상을 입고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강도당한 경미한 사건이다. 이 외에 2건의 해적 공격을 받았지만 선박에 승선 중이던 무장보안요원의 경고 사격 등으로 퇴치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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