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믿음의 교제를 나누는 카페교회가 개척과 전도가 어려운 시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페는 다음세대뿐 아니라 불신자와도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평소에는 카페로 운영하기 때문에 운영비용도 적게 든다. 카페 사역을 하는 목회자들은 그러나 전문성과 콘텐츠가 확보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국민일보는 3회에 걸쳐 카페교회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
경기도 고양시 덕이로 양우씨네플렉스 건물 1층 ‘커피상자’ 카페. 소그룹 모임 장소 등 세 개의 공간으로 분리된 93㎡(28평)의 카페는 일반 카페와 비슷해 보였다. 카페 오른쪽 벽에 있는 문을 열자 46㎡(14평)의 작은 예배당이 나왔다. 은은한 LED 조명의 십자가와 작은 강대상, 신시사이저, 의자들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다음세대와 새 신자에 초점을 맞춘 카페교회, 새로운교회(최혁기 목사)였다.
◇개척 3년 만에 7개 공동체, 70여 성도로=감리교신학대 학부와 대학원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한 최혁기(41) 목사는 2013년 1월 서울 신촌 부근의 한 교회 카페를 빌려 감사헌금만 내고 주일 저녁에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한두 명씩 오면서 예배가 자리를 잡아갔다. 1년 뒤 청년 중심의 서울모임, 가정 중심의 일산모임 등 2개 공동체로 나뉘었다. 개척 3년 만에 70여명이 소속된 7개 공동체로 성장했다. 새 신자들이 성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개척 초기 주축이 됐던 서울모임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의 ‘카페몽루’에 1호 카페를 열었다. 일산모임은 지난달 중순 ‘커피상자’를 2호 카페로 삼고 카페 옆 공간을 작은 예배당으로 만들었다. 나머지 3개 공동체는 인천 ‘나무두리소아과병원’, 경기도 고양 주엽동 ‘조은 디자인’ 기업 등에서 모임을 갖는다. 주중에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숙명여대·백석대 모임도 있다.
◇강점은 목회자와 성도 간 ‘일대일 교제’=최 목사는 카페교회의 성장 비결로 ‘일대일 교제’를 꼽았다. 그는 성도들과 활발히 교제하는 시간을 도입하고 예배 형식을 단순화했다. 성도들은 주일예배 전 20∼30분 동안 카페에서 티타임을 갖는다. 이후 예배를 시작하는데 설교는 15분 정도만 한다. 짧은 설교지만 교회에 처음 온 사람도 쉽게 이해해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끈다.
30분 가량의 예배가 끝나면 성도들은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2시간 동안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개인 기도제목 등이 나온다. 목회자는 성도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모든 공동체는 이런 방식으로 예배를 드린다. 각각의 공동체는 예배시간을 달리해 최 목사가 토요일과 주일에 공동체들을 모두 방문해 설교하고 있다. 이 교회의 주중 사역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활발하게 전개된다. 성도들은 매일 카카오톡을 통해 큐티와 중보기도 제목을 나누고 12개 팀에서 자율적으로 봉사한다. 7개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정기적인 말씀강해와 여름 사역도 있다.
◇청년들이 카페 창업하도록 교회가 울타리 역할=이 교회는 카페교회 사역의 일환으로 성도들이 카페 창업을 하도록 적극 지원한다. 카페몽루와 커피상자는 이 교회 30대 기혼 자매들이 3000만∼4000만원의 비용으로 인수했다. 교회에서 주일 예배, 주중 모임 등을 하며 월 50만∼70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감당하기에 카페 운영이 부담스럽지 않다. 최 목사는 “서울·일산 모임처럼 나머지 5개 공동체도 구성원들이 많아지고 멤버십이 돈독해지면 청년들이 카페를 인수해 창업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교회와 성도들은 공생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아쉬운 부분은 주중에 예배나 기도를 마음껏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 목사는 주중 예배를 원하는 성도들에겐 지역 교회의 수요예배나 집회에 참석하도록 권면한다. 공동체 숫자가 더 늘어나면 설교자인 최 목사가 모든 공동체에 가기 버겁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최 목사는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도 카페교회 사역이 다음세대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목사는 “목회자들이 카페에서 다음세대 등과 접촉점을 찾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사역을 한다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작은교회의 대안, 카페교회 10년을 말하다 ①] “카페목회, 전문성·콘텐츠 없인 성공 어렵다”
입력 2016-02-15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