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공원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

입력 2016-02-15 21:31 수정 2016-02-16 00:42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서울 서소문 공원을 찾았다. 시복 대상자 일부가 이곳에서 처형됐기 때문이다. 교황이 순교자들을 기리는 15m 높이의 현양탑 앞 제대에 헌화하고 참배하는 모습이 방송되자 전 세계 13억 가톨릭 교인들이 서소문공원을 주목했다.

서소문공원 부근인 서소문 밖 네거리는 조선시대 죄인들을 처형하던 장소였다. 특히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100여명의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곳이다. 이곳에서 숨진 천주교인 중 44명은 이미 성인반열에 올랐고 27명이 성인 전 단계인 복자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서소문공원은 국내 최대 천주교 성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톨릭 성인이 배출된 곳으로 꼽힌다.

서소문공원은 이러한 역사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서울역 철길로 인해 주변과 단절된 채 도심속 고립된 노숙인 쉼터로 남아있었다. 서울시 중구는 이곳을 천주교 전래 등 조선 후기 사회변화를 보여주는 역사문화공원(조감도)으로 조성키로 했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17일 오후 2시 의주로2가 서소문공원 광장 일대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소문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기공식을 갖는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공사에는 국비 230억원, 시비 137억원, 구비 93억원 등 총사업비 460억원이 투입돼 2017년 말까지 서소문공원 일대(2만1363㎡)를 리모델링한다. 지상은 역사공원으로, 지하는 순교성지와 순교자 추모 등을 표현하는 기념공간 등으로 조성된다.

올해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는 1단계 공사를 거쳐 박물관에 준하는 역사전시장과 기념타워, 하늘광장, 기념전당 등 복합공간이 들어서는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2018년 상반기에 개방될 예정이다.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처형장으로 사용되다 일제 강점기엔 수산청과시장이 들어섰고 1976년 1만7340㎡ 면적의 근린공원으로 바뀌었다. 숭례문이 약 500m 거리에 있고 공원화사업이 추진중인 서울역 고가와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중구는 서소문역사공원을 명동성당, 약현성당, 당고개성지, 절두산성지, 새남터와 연결된 세계적인 성지순례 코스로 조성해 많은 시민들과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