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갑질’하는데… 이곳은 퇴직 경비원에 전별금 ‘훈훈’

입력 2016-02-15 21:30

대구 한 아파트에서 퇴직하는 경비원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성금을 모은 사실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일부 주민들의 ‘갑질’ 행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15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천마타운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231동에서 13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한 박모(72)씨가 올해 초 사직서를 냈다. 박씨는 아내가 갑자기 병으로 거동이 힘들게 돼 어쩔 수 없이 간호를 위해 경비원 일을 그만둬야 했다.

박씨의 퇴직 소식과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231동 엘리베이터 벽면에 박씨에게 ‘전별금’을 모아 주자는 내용의 게시물이 붙었다. 박씨의 이별을 아쉬워한 한 주민이 붙인 것이다.

주민들은 성금이 든 봉투를 들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왔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성의껏 성금을 냈다. 20여 가구가 모은 전별금은 42만원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231동 동대표는 지난 13일 박씨의 자택을 찾아 성금을 전달했다.

주민들은 박씨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박씨가 깔끔하고 책임감 강한 성격에 항상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였고, 13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에서 9년 동안 살고 있는 주민 이모(55)씨는 “경비 아저씨는 열심히 일하는 것은 물론 항상 주민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친절하게 대했다”며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갑자기 떠나게 돼 섭섭하다”고 말했다.

시지천마타운아파트 시두성(54) 관리사무소장은 “최근에 경비원들의 힘든 이야기가 많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주민들이 보여준 선행에 다시 힘을 얻었다”며 “박씨도 주민들이 전해준 전별금을 받고 크게 감동했다”고 전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