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기류 탄 샌더스… 서부 네바다주 힐러리와 첫 동률

입력 2016-02-15 21:12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 뒷모습)이 14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보난자고교에서 유세를 하던 중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게 분장한 생후 3개월 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오는 20일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율이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샌더스-클린턴, 네바다서 첫 동률=미 군사전문매체인 워싱턴프리비컨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오는 20일 코커스가 열리는 네바다에서 45%의 지지율을 얻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동률을 기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강세지역인 네바다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이 같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여론조사기관 그래비스가 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의 네바다 지지율은 27%에 그쳐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50%)에 23% 포인트 뒤졌던 걸 감안하면 놀랄 만한 추격세다. 네바다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비중(16%)이 높아 그동안 클린턴 전 장관의 강세지역으로 분류됐다.

샌더스 의원은 오는 27일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방송이 14일 발표한 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40%의 지지율로 클린턴 전 장관(59%)과의 격차가 19%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22% 포인트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2008년 프라이머리 유권자의 과반이 흑인이었던 곳으로, 흑인들의 지지기반이 단단한 클린턴 전 장관의 아성으로 꼽힌다.

공화당의 경우 오는 20일 실시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CBS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42%를 기록해 2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20%)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15%),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9%),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경선의 공정성 시비 부른 민주당의 슈퍼대의원 제도=샌더스 의원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60%의 득표율로 클린턴 전 장관(38%)을 22% 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는 민주당 프라이머리 사상 1960년 이후 가장 큰 득표율 차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49.6%로 클린턴 전 장관(49.9%)에 버금가는 선전을 펼쳤다. 샌더스 의원이 한곳에서는 크게 이겼고, 다른 한곳에서는 엇비슷한 득표율을 얻었지만 누적 대의원 확보 수는 클린턴 전 장관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뒤졌다. 샌더스 의원이 14일 현재 확보한 대의원은 44명으로 클린턴 전 장관(394명)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슈퍼대의원 제도 때문이다. 민주당의 슈퍼대의원은 주지사와 상원의원, 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 등 당 지도부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일반 대의원의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클린턴을 지지하고 있다. 실제 이날까지 클린턴을 지지한 슈퍼대의원은 전체(712명)의 절반이 넘는 362명에 달한다. 반면 샌더스가 확보한 슈퍼대의원은 겨우 8명에 불과하다.

클린턴은 초반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 2382명의 16.5%를 이미 확보했다. 반면 샌더스는 두 지역의 득표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압도적으로 이겼지만 대의원 확보는 필요한 숫자의 1.8%에 그쳤다.

이 때문에 슈퍼대의원 제도가 불공정 게임을 만드는 비민주적 제도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화당도 슈퍼대의원 제도가 있지만 주별로 3명씩 할당하는 데다 지역별 경선 결과를 따르도록 돼 있어서 유명무실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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