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핵 무장론을 공식 제기했다. 그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하여 생존전략을 고민할 때”라며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도 진지하게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도 개인 차원의 주장을 편 적이 있다. 그러나 여당의 대표 자격으로 2월 임시국회에 임하는 당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한층 거세지고 있는 북의 핵 위협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원 원내대표의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원 원내대표가 모를 리 없다. 모른다면 여당 원내대표로서 자격미달이다. 핵은 우리가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는 핵무기를 일절 보유할 수 없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국가는 NPT 회원국이 아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려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각오하고 북한처럼 NPT를 탈퇴하는 수밖에 없다.
핵 무장론은 노태우정부 이후 줄곧 유지돼온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도 정면 위배된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핵 무장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능성이 영(零)에 가깝지만 만에 하나 우리가 핵을 보유할 경우 우리보다 기술이 훨씬 앞선 일본의 핵 무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는 핵 경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된다. 원 원내대표도 이런 상황을 바라진 않을 것이다.
원 원내대표는 대통령 뜻과 배치되는 것은 물론 국가 안위와 직결된 핵 무장론을 당과 사전 상의 없이 제기했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 지도부로서 경솔하고 무책임하다. 오죽하면 김무성 대표마저 “핵 무장론은 당론이 될 수 없고, 개인 생각”이라고 면박을 줬을까. 행여 핵 무장론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는 레버리지로 활용하려 했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미국부터 우리의 핵 무장을 용인할 리 없다. 우리가 2000년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금지한 핵 관련 실험을 하다 적발됐을 때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추진했던 나라가 미국이다.
북한 핵을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으로 포기하도록 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비록 자위권 차원이라 하더라도 핵 무장론은 실현 가능성도 없고, 한반도 핵 위기를 더욱 조장할 뿐이다.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설] 북핵 빌미 삼아 핵무장하자는 주장은 난센스
입력 2016-02-15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