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10일까지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설 특별 대수송 기간이었다. 고향을 찾는 귀성객 얼굴에는 명절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평소보다 300회 많은 4000회의 열차를 운행하며 270만 귀성객의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안전, 안전, 안전”
경부선과 대구선이 나뉘는 화물전용 철도역인 대구 가천역에 작업안전구호가 울려 퍼진다. 야광손목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키자 가천역 시설관리반과 긴급지원을 나온 코레일 대구시설사업소 선로정비팀이 레일 위에 들어선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이들을 이끄는 건 헤드랜턴과 손전등뿐이다. 영하 13도의 강추위에 몸이 저절로 움츠려 든다.
작업은 선로 위를 흐르던 2만5000 볼트의 전원이 꺼지고 모든 열차가 멈춰선 새벽 3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가능하다. 정해진 2시간 내에 모든 작업을 마쳐야 첫차 운행에 지장이 없다. 열차 운행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팀장의 무전기에서 흘러나오자 작업자들은 재빠르게 레일 위 간이 운반기에 각종 기구와 용접재료를 싣고 현장으로 힘차게 달린다.
이날 보수공사는 강추위와 열차의 중량을 이기지 못해 절손된 노후 레일 두 곳을 잘라내고, 새 레일로 교체 한 뒤 용접하는 작업이다. 열차가 멈춰선 시간 내에 적정작업량을 맞추려면 눈코 뜰 새 없이 일사분란하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혹한의 날씨지만 작업을 시작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작업구간 이음매를 해체한 뒤 레일을 자르고, 용접 후 레일 삭정 및 레일 연마 작업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여야하는 극한작업이다.
예정된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친 시설관리원들은 단내가 나는 목을 냉수로 축이고 부지런히 장비를 챙겨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선로에 전원이 다시 들어오고 첫 열차가 보수공사가 끝난 레일 위로 미끄러지듯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선임장은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다.
정수원 가천역 선임장은 “철도 안전을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살아 온지 20년이 넘었다”면서 “힘든 노동의 연속이지만 국민들이 편리하게 열차를 이용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활짝 웃는다.
동이 트는 대구를 출발해 점심 무렵 도착한 강원도 태백역 인근 고한터널에서도 작업이 한창이다. 코레일 충북본부 전기팀원들이 ‘열차 없음! 열차 없음!’을 반복해 지적확인한 뒤 터널 안에 맺힌 고드름을 제거하기 위해 분주하다. 고드름이 선로 상부 전차선에 닿으면 전기기관차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안전은 철도에 있어 최고의 고객서비스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라며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진 안전시스템 및 안전제일 문화를 정착시켜 ‘국민행복 코레일’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주·대구·태백=사진·글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앵글속 세상] 차가운 철로 위 열정은 뜨겁다… 코레일 시설팀 24시
입력 2016-02-15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