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28)이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이승훈은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매스스타트에서 7분18초26의 기록으로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아리얀 스트뢰팅아(네덜란드·7분18초32)를 0.06초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 금메달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 이승훈이 최초다.
매스스타트는 출전 선수들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종목으로 지난해 처음 종목별 선수권대회에 도입됐다. 쇼트트랙과 비슷하게 치열한 몸싸움과 신경전이 필수로 지난해 6월 평창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답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극적인 역전을 이끌어냈다. 경기 내내 후미에 머물며 기회를 엿보던 이승훈은 4바퀴를 남기고 속도를 올리기 시작해 순식간에 4위로 뛰어 올랐다. 마지막 코너에서 재빨리 인코스를 파고들어 앞서 있던 스트뢰팅아와 알렉스 콩탕(프랑스·7분18초41)을 단숨에 따돌리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승훈은 “마지막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며 “계획대로 마지막에 기회가 온 것 같다. 이번 우승의 기운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12위에 그친 이승훈은 1년 만에 1위로 올라서며 유력한 평창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못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 우승을 이어가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열린 여자부에서는 김보름(23)이 8분17초66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1위 이반니 브로딘(캐나다·8분17초53)에게 0.13초 뒤진 아쉬운 2위였다. 이승훈과 마찬가지로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김보름은 “막판 추월을 하면서 3위로 들어온 줄 알았는데 은메달이라 기뻤다”면서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아쉽다”고 했다.
한편 이날 막을 내린 올 시즌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전날 ‘빙속여제’ 이상화(27)의 여자 500m 우승을 포함해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의 성적을 거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男 빙속 이승훈 매스스타트 제왕…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 亞 선수 최초 금 질주
입력 2016-02-15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