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용 경유 소비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디젤차를 중심으로 한 경유 소비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15일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유 소비량은 1억2079만 배럴로 2014년 1억1209만 배럴에서 약 7.7% 증가했다. 자동차용 경유 소비량은 2003년 최초로 1억300만 배럴을 기록하며 1억 배럴을 돌파한 이후 약 10년간 1억∼1억1000만 배럴 수준의 소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1억2000만 배럴까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만 늘어난 경유 소비량(870만 배럴)을 ℓ로 환산하면 약 13억8200만 ℓ에 해당한다. 최근 출시된 중형 디젤 세단 기준으로 70ℓ 연료통을 연간 30회 주유해 운전하는 디젤차량이 1년 새 약 66만대 늘어난 것과 같은 소비 증가세다. 실제 디젤차 등록대수도 이 같은 경유 소비 추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유종별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디젤차는 전년(793만8627대) 대비 약 8.6%(68만3552대) 늘어난 862만2179대에 이르고 있다. 경유의 폭발적 소비 증가세를 디젤차가 이끌고 있는 셈이다.
경유는 과거 발전 및 농·공업용 연료 등으로 다양한 곳에 사용됐다. 그러다 최근에는 자동차 전용 연료로 고착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경유의 도로 수송용 비중은 1995년 49.5%에 그쳤지만 꾸준히 증가해 2002년(70.1%) 처음 70%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77.6%까지 늘어났다. 국내 정유사들도 늘어난 시장 수요에 발맞춰 지난해 약 3억3000만 배럴의 경유를 생산해 역대 최대 제품생산 기록을 갈아 치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의 시대가 곧 저물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자동차 연료로서 석유제품 소비 증가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비즈카페] 디젤차 파문에도… 경유 소비량 사상최대
입력 2016-02-1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