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15일 한 외국인이 나무를 씹어 먹고 있었다. 주인공은 윌린 로사리오(27). 자세히 보니 사탕수수였다. 로사리오는 어린아이처럼 구장 인근에 자라고 있는 사탕수수를 몰래 가져왔다고 했다. 동료 조인성에게 주며 같이 먹자고 말하기도 했다.
로사리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주전이었다. 빅리거 출신이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현장에서 지켜본 로사리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특히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옥훈련도 웃으며 따랐다.
타격 연습을 하던 중 김 감독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김 감독은 로사리오에게 배트를 올려 치지 말고 수평으로 휘두르라고 지시했다. 로사리오는 한참 타격 자세를 교정한 뒤 김 감독에게 직접 공을 토스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기특한 듯 환한 표정으로 직접 공을 던져줬다.
훈련이 끝나고 로사리오를 만났다. 팀이나 팬들이 자신에 대한 기대가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최대한 잘 준비해서 정규리그 때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빅리거 출신으로 어떻게 한국으로 오게 됐는지 물어봤다. 로사리오는 “미국에서 야구를 해봤지만 뭔가 다른 곳에서 전환점을 찾고 싶었다”며 “고향 동료(도미니카 공화국)인 에스밀 로저스와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로저스가 ‘이 팀이 야구하기 좋고 환경도 좋다’고 추천했다. 그래서 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화 팀 분위기에 만족해했다. 이미 허물없이 동료들과 지내고 있었다. 식사 시간 때는 휘파람을 불며 스스럼없이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오전 연습이 끝나자 가장 먼저 공을 박스에 담았다. 그는 “다들 좋지만 조인성과 김태균, 권용관, 최진행 등이 잘해준다”고 전했다. 팀에서 가장 잠재력이 있어 보이는 선수를 꼽아 달라니 강경학이라고 추천했다. 다리가 빠르고 수비력이 좋고 타격에도 재질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로사리오는 멀티 플레이어다. 1루수와 3루수, 포수 자리를 맡을 수 있다. 지금은 3루수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김 감독이 내보내는 자리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콜로라도 시절 가장 많이 뛰었던 포수 자리에 애착이 있는 듯 했다. 그는 “한국에서 로저스와 내가 배터리를 이룬다면 아주 흥미로울 것(exciting)”이라고 말했다. 로사리오는 전지훈련의 주안점에 대해선 “수비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강점이 타격이기 때문에 타격훈련도 꾸준히 해서 시즌에 맞춰 가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로저스는 올해 20승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나도 개인적으로 더 많은 홈런과 타점을 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글·사진 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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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야신이 웃었다, 로사리오 보고… 한화 전지훈련장 오키나와를 가다
입력 2016-02-1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