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제20대 총선 관련 네이버 뉴스의 ‘기사배열’에 대해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다. 네이버 뉴스편집자문위원회(위원장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 산하에 꾸려진 모니터링단과 옴부즈맨이 이를 맡고 있다. 모니터링단은 김경모(연세대 교수) 자문위원을 단장으로 5명이 활동하며 옴부즈맨은 언론인 출신 새누리당 정성일 상근부대변인과 더불어민주당 김혁 정책위부의장이 위촉됐다.
모니터링단은 매일 네이버 모바일 메인뉴스, 정치섹션 홈, 총선특집 페이지의 기사배열을 살펴보며 옴부즈맨 위원들은 각 당 입장에서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문위가 기사배열의 편향성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는 4·13총선 이후 모니터링 결과를 담은 백서를 상반기 중 발간해 이용자에게도 공개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총선 기사배열 원칙’을 총선특집 페이지에 공개할 것을 자문위는 권고했다.
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눈에 띈 건 여야 인사의 옴부즈맨 위촉이었다. 마침내 정치권력이 포털을 수중에 넣고 말았다는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포털이 운영하는 자율기구에 정치권의 참여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4년 5월 출범한 자문위는 위원 7명 중 4명을 여야 2명씩 정치권 추천 케이스로 할애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새누리당이 ‘포털 모바일 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의 편향성을 제기하면서 자문위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때 자문위는 편향성 의혹을 일축한 대신 모니터링단 운영과 기사배열 원칙 공개를 네이버 측에 권고했다. 그 후속조치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이로써 박근혜 정권 들어 유달리 코너에 몰려온 포털이 3년 만에 ‘자문’ 수준을 넘어 정치권력의 ‘원격 조종’ 통제가 가능한 빗장을 열어준 형국이 됐다. 혼자만의 과민 반응이 아닌가 싶어 평소 포털 이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던 언론계와 언론학계, 관계와 업계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오죽 압박을 받았으면 포털이 정치권에 손을 들었을까 하는 동정론이 없진 않았다. 업계의 임원은 “편향성 오해를 차단하려는 고심이 묻어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해관계자인 정치권이 결부되는 것은 이전투구의 또 다른 플랫폼을 제공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머지 지인들도 “기계적 균형을 위한 쇼”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무슨 감시단 같다”는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이런 격한 반응의 배경에는 나름 설득력 있는 논거가 있다. 무엇보다 감시받아야 할 정치 권력이 포털을 통해 언론사를 감시하려는 건 코미디이자 난센스란 지적이다. 총선 기간 중 달콤한 감시의 유혹을 맛본 여야가 정권쟁탈을 놓고 사생결단하는 내년 대선에서 가만히 있을 리 있겠느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불 보듯 예견되는 난센스는 또 있다. 정치권의 옴부즈맨 참여 허용을 반길 곳은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대기업일 것이다.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에 해명이나 반론을 달 수 있는 ‘오피셜댓글’ 도입을 정부와 기업이 가장 원하는 점을 상기하면 어렵지 않은 예상이다. 더 큰 문제는 모니터링이든 옴부즈맨이든 뉴스 소비자(유권자)의 존재감이 뒷전에 밀려 있다는 점이다. 포털은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설 때마다 소비자의 이용과 편의를 앞세웠다. 언론사의 경우 선정성 등을 모니터링하는 ‘뉴스스탠드 옴부즈맨’을 운영 중인데, 시민모니터링단이 적출한 언론사별 모니터링 결과를 ‘실시간’ 카페에 공개하고 있다. ‘총선 후 백서 공개’와는 대조적이다.
“(정치)뉴스는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를 위한 것인 만큼 모니터링도 정치인 아닌 유권자가 하는 게 맞다.” 언론학자의 충고다.
jaehojeong@kmib.co.kr
[돋을새김-정재호] 정치권 손 안에 든 포털뉴스
입력 2016-02-15 17:44 수정 2016-02-16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