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이 오는 24일 개봉된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을 거쳐 상영되기까지 14년이 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43년 경남 거창의 시골에 사는 천진난만한 열네 살 소녀 정민(강하나)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민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군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고향을 떠나게 된다.
꽃다운 나이의 여성들이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 정민은 기차 안에서 한 살 많은 영희(서미지)를 만난다. 차디찬 전쟁터의 위안소에 버려진 이들은 잔혹하고 성욕에 굶주린 일본군들에게 몸과 마음을 짓밟힌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이 된 영희(손숙)를 통해 뼛속 깊이 사무친 한과 아픔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정민을 잊지 못하는 영희는 치욕스러운 과거를 감추고자 이름마저 영옥으로 바꿨다. 위안부 피해자 접수창구에서 “미치지 않고 누가 접수를 하겠어?”라는 말을 들은 영옥이 “나 미쳤다. 그래, 어쩔래?”라고 울부짖는 대목이 짠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제국주의와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지 않는다. 당시의 상황 묘사보다 절제의 미덕이 돋보이는 영상미와 서글픈 노랫가락이 인상을 남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예술영화에 가깝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부터 2개월 만에 촬영이 끝났으나 기획부터 걸린 시간은 14년이다. 재일교포 4세 배우 강하나가 주연을 맡은 것을 비롯해 일본 배우 다수가 출연했다. 원로배우 손숙이 재능기부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7만5000여 시민들이 문자 후원, 자동응답전화(ARS) 후원, 펀딩 등에 참여해 순제작비의 50%가량인 12억원을 조달했다. 15세 관람가. 127분.이광형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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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일본군 위안부 넋 위로… 영화 ‘귀향’ 24일 개봉
입력 2016-02-15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