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를 찬양할 때에 나의 입술이 기뻐 외치며 주께서 속량하신 내 영혼이 즐거워 하리이다.”(시 71:23) 크리스천 작곡가 그룹 ‘하나님의작곡가들’(Composers Of God)이 다음 달 19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고난과 부활을 주제로 ‘2016 창작복음성가 페스티벌’을 연다. 대중영화 음악감독, 입양기관 이사, 피아노 반주자, 공연기획사 대표 등 다양한 작곡가들이 15곡을 발표한다.
2012년 처음 시작된 페스티벌은 올해 5회를 맞는다. 매년 이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성가 10여곡이 발표됐다. 그동안 참여한 작곡가는 30명 가까이 된다. 올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작곡가 최승현(45), 김경희(61), 강유정(46), 문경해(56)를 최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만났다. 다양한 삶에서 다양한 성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영적 갈등이 승화된 강유정의 ‘평안이라’
사랑의교회 지하5층 은혜채플에서 작곡가들에게 창작곡 연주를 부탁했다. 강유정은 “갑자기 연주를 하라니깐 기억이 잘 안 나네요”라면서도 곧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능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했다. ‘딩동, 딩동.’ 단순하고 맑은 선율이었다. 주부인 그는 사랑의교회 가정사역 반주자로 봉사하고 있다.
“제가 20대 때 모교회에서 10년 가까이 예배 반주를 했어요. 주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회 각 부서마다 불려 다니며 10시간 넘게 봉사를 했죠. 예배를 드리거나 성경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어요. 저는 연말마다 ‘그만 두고 싶다’고 얘기하고 권사님인 어머닌 ‘절대 안 된다’고 하시고….” 1998년 결혼 후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 미국 버지니아로 갔고, 현지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더이상 반주자가 아닌데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는 말만 들리면 눈이 번쩍 떠지더군요. 기도나 축도가 끝나기 전에 반주를 준비하는 습관이 배 있었던 거죠. 호호.” 예배에만 집중하게 된 그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영적인 성장을 했다. 장시간 봉사하는 반주자들이 정작 복음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귀국 후 10여 년 전부터 이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2012년 친언니로부터 페스티벌을 소개받았지만 자신이 없었다. “겨우 학부만 졸업한 내가 어떻게 할까 싶었죠.” 2013년 용기를 냈다. “그때 교회 내 분쟁으로 모두가 참 힘들었어요. 말씀을 묵상하면서 ‘주의 사랑’과 ‘평안이라’는 성가 두 곡을 만들었어요. 누군가를 정죄하기 보단 나를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 ‘올드보이’ 음악 작곡한 최승현 “울며 기도”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영화음악 작곡자 최승현. “그동안 제가 영화 30여 편의 음악을 작곡했어요. 한 편 당 100여곡이 들어간다고 치면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곡을 쓴거죠.” 크리스천으로서 대중영화에서 음악작업을 하는 것이 힘들진 않을까. “영화의 서사가 기독교적 세계관에 맞지 않을 때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어요. 신앙이 영화적 상상력을 제약하기도 하니까요” 그럴 때 자신의 삶을 점검한다. “친절한 금자씨의 음악은 혼자 작업했어요. 전도사가 부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제겐 거북스러운 장면이죠.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들인 것 같아요. 그럴수록 일에서, 음악에서 내 삶의 태도를 보여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모태신앙인 그는 서울 여의도감리교회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성가는 2013년부터 겨우 한곡씩 만들어서 발표하고 있어요. 1년에 한곡 쓰면서 제가 성가 작곡을 한다고 말하기가 참 부끄럽네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에게 성가 작곡을 처음 제안했던 문경해가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성가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최승현이 자신이 만든 성가를 피아노로 잠깐 들려줬다. 감미로운 선율이었다. 그는 2013년부터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사랑의 노래를 드립니다’ 등을 발표했다. “찬양곡을 쓸 수 있는 영적 상태가 되어야만 곡을 쓸 수가 있더군요. 바쁘게 살다 영적으로 곤비해진 상태에선 곡이 나오지 않아요. 가사나 곡이 나오지 않아 울면서 기도를 한 적도 있어요. 하나님을 위한 노래를 만들려면 하나님이 실망할 삶을 살면 안 될 것 같아요.”
30여년 입양기관 봉사 김경희 “말씀과 설교에서 영감”
김경희는 대학 졸업 후 30여 년 만인 2013년 하얀 오선지를 손에 들었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음표를 그릴 일이 없었다. 78년 졸업 이태 뒤 바로 결혼을 했다. 83년 홀트아동복지회 후원을 시작한 그는 2006년 후원회장을 맡았고, 현재는 본부 이사로 일한다.
“제가 후원회장을 했다고 하면 부자라 그런 줄 아는데 그게 아니에요. 후원의 시작은 마음이에요.” 그는 매주 이틀 정도 본부 사무실에 나간다. 정동제일교회에 출석하는 그는 새벽기도회 반주를 하고 매주 월요일 교회 음악회에 오는 이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만든다. 문경해가 “김경희 작곡가의 헌신적인 삶에서 헌신적인 노래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김경희는 그동안 ‘바라보자’ ‘최고의 선물’ ‘위로’를 작곡했다.
“하나님이 저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할 수 있는 재능을 선물로 주셨어요. 제가 만든 노래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저도 위로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해요. 전 말씀을 읽거나 설교를 들으면서 제목을 정하고, 제목에 따라 노랫말을 쓴 뒤 곡을 붙여요.” 하나님의 작곡가들의 기획자인 문경해는 2011년 미국 뉴욕에 뮤지컬을 공부하러 갔다. “당시엔 대중음악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이 ‘너는 왜 나를 위해 작곡하지 않느냐’고 하시더군요.”
‘하나님의작곡가들’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다. 매월 기도 모임을 갖는 이 그룹은 열려 있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출석 교회에서 봉사하고, 찬양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 사람은 누구가 하나님의 작곡가들이 될 수 있어요.” 하나님의 작곡가들은 하반기 기악곡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yesmusic100@hanmail.net).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하나님의작곡가들’이 말하는 성가 이야기 “성가는 기도와 묵상으로 빚어지는 보물”
입력 2016-02-16 18:08 수정 2016-02-19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