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57) 영화 속 커플들

입력 2016-02-15 17:45
오닐-맥그로의 최근 모습. AP연합뉴스

얼마 전 눈길을 끄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이젠 늙어서 호호백발이 된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가 46년 전 주연을 맡아 영화사에 남을 만큼 히트했던 영화 ‘러브 스토리’의 배경이었던 하버드 대학을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을 계기로 영화 속 유명했던 커플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맨 먼저 생각난 커플은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다. 이들이 공연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는 설명이 필요 없는 고전 걸작이다. 원작에서 보여준 게이블-리 커플의 ‘케미스트리’는 77년이 지난 지금 봐도 멋지기 이를 데 없다.

그 다음으로는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가 있다. 1930∼40년대 할리우드를 지배한 댄싱커플이다. 두 사람은 ‘톱 해트(1935)’ ‘스윙타임(1936)’ 등 10편의 뮤지컬 영화에서 공연했다. 이들에 관해서는 나중에 이탈리아의 명장 페데리코 펠리니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줄리에타 마시나를 써서 ‘진저와 프레드(1986)’라는 오마주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프레드와 진저처럼 너무 익숙해 부부가 아니면서도 부부 같은 이미지를 주었던 커플도 있다.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까지 9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한 두 사람은 단순한 동료를 넘어 실제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트레이시가 결혼생활을 청산하지 않아 합법적으로 결합하지는 못했지만 헵번은 끝까지 독신으로 살면서 평생을 트레이시와 함께했다. 둘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전설로 남았다.

물론 결혼으로 골인한 커플도 있다.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가장 유명하지만,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 커플도 유명하다. 이들의 결혼은 많은 이들의 로맨틱한 환상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아예 두 사람의 이름을 결합한 ‘브랜젤리나 부부’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앞으로도 영화 속 커플들이 속속 등장하겠지만 ‘성소수자’ 같은 수상쩍은 용어를 앞세워 동성(同性)이 커플 행세를 하는 꼴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