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말로 죽은 후에 약을 잘 써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뜻이다. 사전에 예방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물과 같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면 우환이 없다는 것이다. 재난·안전에 있어 꼭 필요한 정신자세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발시대에 급히 지어진 대규모 시설물들이 노후화되면서 위험요인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교량의 27%, 터널의 30%, 옹벽의 37%가 지은 지 5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라고 한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 기반시설 중 3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 2014년 9.6%에서 2024년이면 21.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안전점검을 통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해소하거나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건강검진을 통해 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과 같이 안전점검은 생활 주변의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국가안전대진단은 중앙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 모든 기관이 참여해 107만여개의 시설과 안전 관련 분야 법·제도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아울러 국민들이 안전 신문고를 통해 신고한 생활 주변 안전 위해요소 7만여건도 개선했다.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은 이달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내실 있게 추진된다. 진단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의견도 보다 폭넓게 수렴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안전이 우려되는 C·D·E 등급 시설물과 안전관리 소홀 등으로 발생하는 안전 사각지대를 집중 점검하고자 한다. 지난해 발생한 낚시어선 전복, 글램핑장 화재 등을 교훈 삼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히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민간 부문의 점검 책임자가 점검 의무를 다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진단 기간 일제 점검을 한다고 하여 일시에 모든 위험요소를 일망타진할 수는 없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국민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고의 안전 대책은 전 국민의 ‘안전신고 생활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문화로 정착돼 국민 모두가 안전 파수꾼이 된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안전신고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스마트폰용 안전 신문고 앱을 활용하면 주변의 위험요소를 손쉽게 신고할 수 있다. 정부도 국민들의 신고 사항을 철저히 챙기고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으로 사고를 예방하여 사회 안전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수·보강을 연계하여 안전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꾀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의 안전의식도 제고하는 일석삼조를 이루고자 한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 그동안 발생했던 대형 사고들은 사전에 충분히 점검하지 않아 발생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고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안전 대진단을 통해 사고 예방, 안전 확보라는 단단한 디딤돌을 놓고자 한 이유이기도 한다. 국가안전대진단을 계기로 안전 위해요소들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정부의 솔선과 국민의 동참이 함께한다면 ‘안전한 대한민국, 행복한 국민’은 조기에 실현될 것으로 확신한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특별기고-박인용] 국민과 함께하는 국가안전대진단
입력 2016-02-15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