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우리 정부의 결정에 미국이 확실한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우리 측에 불만을 표시한 중국은 미국과도 정면충돌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매우 용기 있고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조치가 핵·미사일 개발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만이 살 길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공조가 두터워지는 동안 중국의 양국에 대한 불만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뮌헨에서 케리 장관과 가진 회담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확고히 밝혔다. 또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케리 장관 요청에 “제재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앞서 왕 부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도 “사드의 X-밴드 레이더는 한반도의 방위 범위를 크게 넘어 아시아 대륙 한복판으로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 항우가 유방을 불러 부하들에게 칼춤을 추게 한 것은 유방을 살해하려는 의도다), ‘사마소지심, 로인개지’(司馬昭之心 路人皆知, 사마소의 흑심은 누구나 다 안다)란 성어를 써가며 미국을 비판했다.
전날에는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이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식탁 아래에 기관총을 놔두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 기관총이 우리(한국)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중·러는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으며 각자의 입장을 진일보하게 조율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제7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16일 서울에서 열린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副)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중국 측이 한·미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열리는 건 2013년 6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조성은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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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5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