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아이돌 예능’ 쏟아진 명절

입력 2016-02-15 04:01
지난 설 특집 방송도 아이돌 예능이 장악했다. 위는 ‘사장님이 보고 있다’(SBS)에 출연한 걸그룹 트와이스, 아래는 ‘2016 아이돌 스타 선수권 대회’(MBC) 중 씨름대회 장면.SBS·MBC 제공

명절 연휴 지상파 TV는 예능이 장악한 지 오래다.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올리려면 예능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명절 예능의 특징은 아이돌 일색이라는 데 있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비슷한 아이돌이 등장해 비슷한 웃음을 보여준다. 시청률은 어느 정도 선방했는지 모르지만, 지나친 획일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지난 설 연휴 기간 선보인 특집·파일럿 프로그램은 22개였다. 이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이 18개였다. 드라마가 2개, 교양·다큐 프로그램이 2개였다. 예능 쏠림이 두드러진다.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아이돌 가수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 4개나 됐다. 명절 아이돌 예능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MBC ‘아이돌 스타 선수권 대회’(아육대)를 비롯해, 아이돌과 기획사 사장이 함께 나오는 ‘사장님이 보고 있다’(SBS), 걸그룹 멤버가 총출동한 ‘본분 금메달’, 아이돌이 친척들과 동반 출연한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KBS) 등이다.

이름도 제각각이고 방송사도 서로 다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리 다를 게 없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이런저런 조합으로 출연해 운동 대결을 벌이거나 노래 대회를 여는 식이다. 출연하는 아이돌도 고만고만하다. 여기 나온 아이돌이 저기 나오는 식이다. 아이돌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재방송이라고 여길 수 있을 정도다. 빅뱅, 엑소, 소녀시대 등 톱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명절 예능에서 아이돌이 빠지는 법은 거의 없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음악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아이돌 수요는 더 늘어났다. 이번 설에도 ‘듀엣가요제’(MBC),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KBS),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이상 SBS) 등이 음악 예능이었다.

반응은 어떨까? 아이돌 예능 시청률은 5∼9% 정도다. 명절 특집 방송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시청자 불만은 크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인데 1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비슷한 포맷, 뻔한 인물에 “지겹다”는 반응도 많다.

명절 특집 프로그램 중 호평을 받은 경우를 보면 아이돌 비중이 낮다. 실력파 가수들이 등장한 ‘신의 목소리’와 ‘판타스틱 듀오’, 안정환, 강성연, 제시 등의 노인 체험을 다룬 ‘미래일기’(MBC), 예능을 접목한 드라마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KBS) 등이 그렇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률이라는 딜레마에 잡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명절 특집이 계속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방송이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